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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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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흑해 곡물수출 협력 중단…"우크라, 흑해함대에 드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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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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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사실상 다시 막히게 된 셈입니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 29일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이행돼 온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에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 협정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다시 막히게 됩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끊기면 세계 식량 위기가 다시 악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으로, 기아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협정은 유엔 협상으로 체결된 것인 만큼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협정 중단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이우 정권이 영국 해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드론 16대를 동원,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테러를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텔레그램에서 "오늘 새벽 4시 20분 키이우 정권이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테러 공격을 가했다"며 "이번 공격은 도시에 대한 역사상 가장 큰 드론 공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대부분 격추됐지만, 자국 소해정, 기뢰 제거함이 작은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정이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협정 참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에 현지시간 오는 31일 회의를 열어 이번 공격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드론 공격 주장을 즉각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터무니 없는 조치에 유엔과 주요 20개국 등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기근으로 위협하는 전략으로 되돌아가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러시아를 G20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거짓 구실로 협정을 파기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모든 국가가 러시아에 '기아 게임'을 멈추고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요 곡물 수출을 방해하는 행위는 전 세계의 식량난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러시아의 협정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켜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국은 중요한 인도주의적 노력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일방적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올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그러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를 받아들여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11월 19일까지 120일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흑해 항로를 이용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됐고, 러시아도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금융 등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곡물 수출 협정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900만톤 이상의 곡물을 수출했고, 전쟁 발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세계 식량 가격도 상당 부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당사국들이 협정 만료를 앞두고 연장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이유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다시 들썩일 것으로 우려됩니다.
김광현 기자(teddy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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