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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 인권위, 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사건 기각… “면죄부 준 셈” 유족 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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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서울대 갑질 관련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진정 기각

인권 침해 인정에도 팀장 징계 등에 추가 구제 불필요 판단

유족 등 “2차 가해 및 시스템 점검 등에 대한 조치 불충분”

진정인, 유사 사례 반복 우려…소극적 판단에 아쉬움 토로

지난해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기숙사 팀장에게 갑질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당한 것은 맞지만 담당 팀장이 이미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구제조치 권고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제기한 지 일 년 만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유족과 진정인 측은 인권위가 미온적 징계 조치만으로 학교 측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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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59)씨의 동료 4명이 일반시민 1382명과 함께 제기한 집단진정을 기각한다고 결정을 내렸고, 이를 8월 진정인들에게 통보했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해 6월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생전에 안전관리팀장 A씨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진정인들은 학교 측이 청소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보게 하고, 복장에 대한 점검·평가를 하는 등으로 노동자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이 침해됐는지 조사하고 시정 권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씨와 동료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팀장 A씨가 이미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복장점검과 업무와 무관한 시험 실시 등은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자체 인권센터에서 이런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및 인권침해로 인정했고 A씨에 대한 징계(경고 처분)와 학교 임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 및 조직진단 등 처분 및 권고가 이뤄진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인권위는 코로나19로 일회용품 등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A씨가 업무 과중을 호소한 이씨에게 “늘 억울하시겠네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 역시 이씨가 무시와 조롱으로 느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A씨가 이미 징계요구와 인권교육 수강 등의 처분을 받았고 추가적인 구제조치 권고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이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등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진정을 기각한다.

서울대도 올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필수 교육에 해당하는 인권·성평등 교육에 포함하는 등 인권위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갑질 예방 및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족과 진정인 측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인권위가 이번 사건을 너무 소극적으로 보고 있고, A씨가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피해가 회복됐다고 판단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는 “당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교수나 인사책임자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당시 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상황이 일선 팀장 개인의 성향이 아닌 윗선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내려온 압박인지, 시스템적인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봐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인권위가 학교 측 조치만으로 해결이 됐다고 판단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고인의 남편 이모씨도 “학교는 팀장에 대해 가장 약한 징계를 내렸고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학교가 충분히 잘 조치했다고 판단한 것인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용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판단한 것이지만 인권위 진정은 유사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권위가 보다 적극적 의사 결정을 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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