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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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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역선택'이 뭐길래, 당권 주자들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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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 아직 새 당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황교안 전 총리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조경태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 속에서 핵심은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보인다.


1. 역선택 방지 조항

'역선택'은 한 정당 지지자들이 경쟁 정당 선거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다. 지지 정당에 이로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당에선 보통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를 제한한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당원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대상을 정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의 단일화 협상이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층의 개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자 경선에서도 역선택이 이슈였다. 경선 룰 설정 과정에서 윤석열·최재형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찬성했고 유승민·홍준표 후보 측은 반대했다. 결국 양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은 넣지 않는 대신 경선 1차 컷오프에서 100% 일반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기존 안을 당원투표 20%와 여론조사 80%를 합산하는 안으로 변경하는 것에 합의했다. 당원투표 반영이 역선택의 영향을 어느 정도 희석시키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투표에서는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의원 투표(30%), 권리당원 투표(40%), 일반국민 여론조사(25%), 일반당원 여론조사(5%)로 이재명 대표를 뽑았다.


2. 민심은 유승민, 당심은 나경원?

국민의힘에서 역선택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바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전체 여론조사와 보수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민심'과 '당심'의 간극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0월 11~12일 전국 성인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37.1%를 기록했다. 나경원 전 의원 16.2%, 안철수 의원 10.8%, 김기현 의원 6.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대상을 좁히면 달라진다. 유 전 의원은 9.6%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나 전 의원이 39.1%로 1위를 기록했고 안 의원 18.3%, 김 의원 13.2% 순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유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9.7%로 압도적이었다. 안 의원은 6.0%, 나 전 의원은 2.1%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지지층일수록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낮았다.


3. "막아야" "민심 중요"

유 전 의원이 SNS에서 여론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당권 주자들은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당대표 본경선 비율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우리 당대표를 뽑는데 왜 민주당 이야기를 듣느냐는 이야기도 있다"며 "민주당의 선택이 되는 민심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윤상현 의원은 MBN '뉴스와이드'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거의 100%가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고 합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 경선방식을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하자"고 언급했다. 현행 당원 70%, 일반 국민 30%의 경선 룰을 역선택 방지를 위해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중도층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전당대회일 수밖에 없다"며 "민심 반영 비율을 낮추는 것은 중도층과 멀어지는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17일 MBC '뉴스외전'에서 "다음 당대표의 사명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민심이 중요하다"며 "당심만 중시하고 민심과 거리가 있는 당대표를 뽑으면 5년 내내 여소야대로 간다"고 했다.

[김성우 인턴기자 /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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