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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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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이란제 드론, 우크라에 춥고 고달픈 겨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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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드론 '벌떼 작전'으로 우크라 전력망 등 집중 타격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을 비행하는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에 떼로 몰려와 주요 전력망 등 기간시설에 내려꽂히는 삼각 모양의 이란제 드론이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군이 미사일 등 다른 무기에 비해 저렴한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를 대량으로 날려보내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 대공망을 농락하면서 변전소 등을 타격,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에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변전소나 발전소 등 핵심 기간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이란제 드론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번 겨울엔 전기와 난방, 수도 등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값비싼 정밀 미사일이 거의 바닥난 것으로 관측되는 러시아군은 지난 8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드론 공격을 부쩍 늘리고 있다.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 지난 17일 자폭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임신부를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적잖이 발생했지만, 드론은 전력망 등 기간 시설을 집중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들을 조합해 제작할 수 있어 값이 싼 것이 장점인 이 이란산 드론은 동체 길이 3.3m, 날개폭 2.4m 무게 200㎏ 정도의 삼각형 형태로 동체 앞에 약 50㎏짜리 폭발물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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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9월 이후 러시아군이 운용한 드론을 요격했다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러시아어로 표기된 드론의 날개 부분이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과 동일했다. 이란이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공급했다는 의혹은 지난 8월 제기됐는데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자폭 드론'으로 불리는 이란제 샤헤드-136을 격추하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2022.10.18 송고]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최고 시속 185㎞의 속도로 비행하다가 탐지된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쳐 피해를 준다.

폭발력이 크진 않지만 정확도가 장점으로, 이코노미스트는 기계적 유도 시스템과 상업용 위성 항법의 조합을 통해 고정된 장소를 겨냥할 수 있어 '비행 폭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모페드'(모터달린 자전거)나 '방귀장이'로도 불리는 이 드론은 특유의 시끄러운 비행 소리와 느린 속도 덕분에 잘 식별된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크기가 작고 낮게 날아 실제로 포착하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방어망이 한꺼번에 날아오는 드론을 모두 격추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에 러시아는 값싼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벌떼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망을 교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러시아군이 띄운 '샤헤드-136' 60%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많은 드론이 방공망을 돌파해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에 꽂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주요 표적으로 삼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최근 열흘간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에 가해진 공격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부터 열흘 전까지 이뤄진 공격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까지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력망의 30%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란제 드론은 탑재하고 있는 폭발물의 위력이 약해 발전소 전체를 한 번에 파괴할 수는 없지만, 변전소나 원유저장고 등 발전소 단지의 핵심 건물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전력과 난방 등 민간 핵심 시설을 마비시키고 있다.

우크레네르고는 현재까지는 드론 공격 등을 받으면 하루 내에 파괴된 시설을 복구해 그 일대의 전력을 복구할 수 있었지만, 복구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등이 동나고 있어 이런 방식의 공격이 오래 지속되면 시스템 복구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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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향해 사격하는 키이우 경찰관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우크레네르고는 이날 국민들에게 가능할 때 전자제품을 미리 충전해 놓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언제 또 러시아군의 드론이나 미사일이 날아와 전력망을 망쳐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이처럼 이란제 드론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드론을 겨냥해 너무 많은 미사일을 쏘거나 대도시를 드론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방공망을 옮길 경우 전방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는 병력은 적군의 미사일 공습에 더 취약해지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역임한 피터 브리들러브 미군 장군은 이란제 드론에 대한 해법으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스팅어 등의 성능을 개선하고, 해당 무기를 운용하는 병사들에게 어떤 방향에서 드론이 날아올지 등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란제 드론은 대공 미사일은 물론 때로는 소총으로도 격추할 수 있으며, 드론의 항법 신호는 전파 방해에 취약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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