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35.4원으로 상승 개장
엔화도 달러당 150엔 육박…32년 만
중국 경제둔화 우려에 위안화도 약세
동북아 강국 휘청이자 아시아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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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초강세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중국의 통화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 엔화는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 위안화 역시 경기둔화 우려에 좀처럼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 선방하고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아시아에서 외국인 자본유출이 본격화되면 우리 경제도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는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5.4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하루 만에 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전날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1%로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의 매파적 발언도 나오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두 강대국의 통화가치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엔화의 경우 1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49.9엔을 웃돌면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150엔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달러 대비 23.18% 떨어졌는데, 이는 감세정책으로 파운드화 급락 사태를 겪은 영국이나 에너지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유럽을 포함해 주요국 중 최대 하락폭이다. 엔화 약세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상반기 무역수지도 11조75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일본이 연간 기준 42년 만에 처음 경상수지 적자를 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위안화 약세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날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7.23위안대까지 상승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6.3위안대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오름세다. 중국 당국이 나서 달러 대비 절하폭을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안화는 올해 12% 이상 떨어지며 힘을 못 쓰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다, 내부적으로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위안화 약세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금리인하 기조를 보이던 중국 인민은행도 이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연속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는데, 이번 동결 결정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 통화가치 추락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뿐 아니라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연간 흑자 등을 근거로 우리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으나 한·중·일 통화 동반 약세가 아시아 자금유출로 이어지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 1997년에도 태국 바트화 폭락이 주변국으로 전이되며 한국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추락이 아시아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시장에선 달러당 엔화 150엔 돌파가 시장 혼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은 막대한 부채로 금리인상이 제한되고 중국도 경기둔화 우려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며 "한국 역시 수출 등 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아 당분간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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