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군사밀월...우크라戰 새 변수로
외무장관, 관계파탄 책임 전적으로 이란에
이란과 앙숙 이스라엘에 방공망 협력 요청
이란, 정예군 드론 교관 러 기지에 직접 파견
로이터, 지대지 미사일 추가공급 계획 보도
젤렌스키 “크렘린궁 군사·정치적 파산 인정”
서방, 유엔 결의 위반...안보리에 안건 제기
미사일을 운용하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 소속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국경 부근 아라스 지역에서 열린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FP] |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에 활용된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공급한 이란에 대해 단교를 추진한다. 여기에 이란의 ‘앙숙’인 이스라엘에 손을 내밀며 군사·외교적 압박에도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정예군 소속 교관을 러시아군 병사들의 자국산(産) 드론 운용 훈련을 위해 러시아 군사 기지에 파견하고, 조만간 드론을 비롯한 지대지(地對地) 미사일까지 러시아에 추가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며 우크라이나와 이란 간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양새다.
▶우크라, 이스라엘과 방공망 협력 카드로 이란 압박=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란과 단교 방안을 정식으로 제안했다면서 “러시아의 공습에 동원된 드론이 이란제 ‘샤헤드-136’이란 증거가 넘친다. 이란은 양국 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3일 러시아가 운용한 이란제 드론에 의해 민간인이 숨지자 상응 조치를 마련하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시하에 자국 주재 이란 대사의 자격을 박탈하고 키이우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 수를 대폭 줄이는 등 양국 외교 관계를 격하했다. 이날 쿨레바 장관은 이란의 ‘아킬레스건’이라 볼 수 있는 이스라엘과 협력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스라엘에 대해 즉각적인 방공 시스템을 요청하는 한편, 관련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와 암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란제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됐다는 소식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와이넷(Ynet)은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가 쿨레바 장관과 방공시스템 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 이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연설 영상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 관계에 대해 “러시아가 이란에 지지를 호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크렘린궁의 군사적·정치적 파산을 인정한 것”이라며 “ 러시아가 테러 행위에 공범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 “러 제공 이란 지대지 미사일, 열흘 내 선적”=이란과 러시아 간의 ‘군사 밀월’ 역시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 소속 교관들이 이란제 드론이 다수 배치된 크림반도 내 러시아 군사 기지에 파견돼 활동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복수의 미 행정부 관리들은 NYT에 자폭 드론 ‘샤헤드-136’ 등 최근 러시아군의 대(對) 우크라이나 공격에 많이 사용되는 무기가 지난 8월 처음 러시아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란 고위층 4명을 인용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이란 제1부통령 등 수뇌부가 지난 6일 러시아에 ‘샤헤드-136’ 등 드론 외에도 ‘파테-110’, ‘졸파가르’ 등 지대지 미사일을 추가로 제공키로 약속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한 이란 고위 관리는 “정확한 시점을 말하긴 힘들지만, 무기 공급은 매우 빠른 시일 내(soon, very soon) 시작될 것”이라며 “지대지 미사일은 최대 10일 내 선적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은 이란의 대(對)러시아 무기 공급이 유엔 결의 위반 사항이라며 제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미국은 19일 열리는 비공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란의 대러 무기 공급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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