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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우크라 휩쓰는 이란제 자폭드론…"러에 탄도미사일도 곧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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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제 자폭 드론(무인항공기)이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의 새로운 타격 수단이 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추가 제재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이란이 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에 공급할 태세로 알려지는 등 미국에 적대적인 양국이 더 밀착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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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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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제공한) 값싸고 정교한 무기가 러시아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도시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자폭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Shahed)-136으로 평가된다. 비교적 저속으로 저공 비행하기에 육안으로 생김새를 식별할 수 있고, 후미에선 특유의 엔진 소리가 난다.

영국 국방 정보 분석기관 제인스의 제레미 비니 중동전문가는 “이란제 드론은 긴 사거리와 정확도를 자랑하는 일종의 값싼 순항 미사일”이라고 평했다. “미사일보다 격추가 용이하지만, 그 수로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다”면서다. 샤헤드-136은 동체 길이 3.5m, 무게는 200㎏로, 약 1550마일(2494㎞)을 날아 목표물을 타격한다. 가격은 대당 2만 달러(약 2854만원)에 불과해 개전 초부터 수천 발의 미사일을 쏟아부은 러시아군에 새 타격 수단이 됐다는 평가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가격이 보통 400만 달러(약 56억87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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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란이 러시아에 수백 대의 드론을 공급할 것이라는 경고는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최근 들어 실전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8대의 이란제 자폭 드론이 날아든 뒤 5대가 목표물을 타격, 임신 6개월 차 임부가 사망하는 등 최소 4명이 사망했다. 18일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키이우 외에도 주요 도시 타격에 드론이 동원돼 전날 총 43대의 자폭 드론이 사용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러시아의 드론 공격 중 격추한 건 전체의 85% 정도다.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샤헤드-136을 2400대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란은 줄곧 “우린 전쟁 중인 양측 모두에 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군은 이란에서 수입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드론을 원래 이름 대신 게란-2(Geran-2)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번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며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푸틴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이번 드론 공격을 미국은 강하게 비난한다”며 “이란은 러시아에 무인기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린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 파는 것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고 했다. 베탄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31호 위반이라는 영국과 프랑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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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외에도 이란은 러시아에 지대지미사일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는 2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란의 군사 기업이 최근 사거리 300∼700㎞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110′과 ‘졸파가르’를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선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수출이 이뤄지면 개전 이후 러시아에 미사일 추가 공급이 이뤄지는 첫 사례다.

17일 NYT는 “이란이 러시아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무기와 국제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놀랍도록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들은 국제적 고립과 국내 위기, 서방과의 갈등이라는 공통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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