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급등에 엔화 매도행렬
외환당국 개입에도 약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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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미국 경기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한때 147엔대를 돌파,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한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에도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못하면서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7.27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달러 엔 환율은 장중 한때 147.59을 기록하며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147엔대를 돌파했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8.2% 올라 시장 예상치(8.1%)를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엔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주요국들의 화폐가치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지만 외환 당국의 개입에도 엔화 약세 현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취약해진 일본의 경제구조가 엔저 현상을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무역통계속보에 따르면 일본의 8월 무역수지 적자는 2조 8173억엔(약 27조 9394억원)으로 43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만성적자구조로 전락한 원인은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무역 흑자를 이용한 대외 투자수익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경제 구조가 무너졌다.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유출되는 돈이 늘어난 것도 무역적자 심화에 한몫을 했다.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경우 엔화의 매도세가 가속화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엔저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최근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에도 엔저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에너지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구조와 생산거점 해외 이전으로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엔 매도가 늘고 있다"며 "이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본이 물가와 임금 하락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금융정책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 경제가 취약해졌기 때문"이라며 "1998년은 일시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 매도가 늘어났지만, 현재는 물가 임금 하락과 같은 만성적인 경제 침체로 엔 매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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