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총회 참석
"요즘 같은 재정·통화 엇박자 본 적이 없다"
"중앙은행 어려운 과제, 정부 탓 더 어려워져"
"채권값 하락, 기회…블랙록도 채권 눈돌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IF, 김정남 특파원) |
핑크 회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 나와 인플레이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영국 위기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이데일리는 이번 총회에 화상으로 직접 참석했다.
“요즘 같은 재정·통화 엇박자 못 봤다”
핑크 회장은 “중앙은행은 수요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오직 한 가지의 능력만 갖고 있다”며 “그런데 (방만한) 재정정책은 금리를 더 자주 올리도록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치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꽤 민첩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들의 어려운 과제는 재정정책의 행태 탓에 더 어려워지고 있을 뿐”이라는 게 핑크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업종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물가는 연준의 공격 긴축에도 잘 잡히지 않는 기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5% 뛰었다. 이 역시 예상치(8.4%)보다 높았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핑크 회장은 세계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영국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영국 정부 인사들과 따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수백만명이 영국을 떠나며 노동력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이미 고물가·저성장 징조가 만연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훨씬 더 빠르게 이민 체계를 손 볼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슬픔은 기회…채권투자 관심”
핑크 회장은 다만 암울한 거시경제 상황과 달리 투자 기회는 열려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른 누군가의 슬픔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라며 “특히 채권 가격의 하락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블랙록도 조금씩 채권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3.925%까지 오르며 4%에 근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2020년 내내 0%대였고 1년 전에는 1% 중반대였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는 확 커졌다. 월가 기관들이 최근 장기국채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핑크 회장은 “(각종 자산들의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은 1년 전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했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때라는 의미로 읽힌다.
핑크 회장은 아울러 ESG 투자를 둘러싼 근래 논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ESG 투자의 선봉에 섰던 블랙록은 최근 반(反)ESG 진영, 즉 화석연료 진영과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 특히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거의 8억달러 규모의 블랙록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켄터키주 등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핑크 회장은 이에 대해 미국의 석유·가스 기업들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그들(반ESG 진영)에게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블랙록이 ESG 기조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좌파 진영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면서 “지금은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공격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는 블랙록의 움직임에 따라 ESG 투자 판도 자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블랙록 파워’가 얼마나 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