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구글 유튜브·넷플릭스 내세우는 '망중립성', 그 이면엔
각국 통신망 무임승차 후 광고 콘텐츠 수익 싹쓸이
협상주도권 사업자 네트워크→플랫폼으로 바뀐 지 오래
망중립성 아닌 플랫폼 중립성 공정성 따져야
각국 통신망 무임승차 후 광고 콘텐츠 수익 싹쓸이
협상주도권 사업자 네트워크→플랫폼으로 바뀐 지 오래
망중립성 아닌 플랫폼 중립성 공정성 따져야
구글 사옥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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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성연광 기자 = # "한국 GDP(국내총생산)에 2조원 이상 기여하고 8만6000개 일자리 창출을 도왔습니다."
로버트 킨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C)가 지난 8월 구글코리아 미디어 행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시행되고 망무임승차방지법 입법 논의가 시작되자 구글 유튜브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역설했다.
그의 주장이 과장일 순 있어도 틀린 건 아니다. 국내 창작자들에게 유튜브는 '백기사'나 다름없었으니까. '끼'와 '열정'을 갖춘 창작자들이 유튜브로 몰려들었다. 한류스타들 뿐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 등 일반인들도 유튜브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모바일 성공신화'를 꿈꾸며 유튜브로 창업한 스타트업들도 부지기수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망이용료가 강제될 경우 K콘텐츠 산업과 유튜버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튜브 측도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에서의 사업운영 방식을 변경하게 될 지 모른다"며 유튜버들이 법안 반대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대놓고 등 떠민다.
"재주는 유튜버가 부리고 돈은 유튜브가 쓸어가"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국내 창작 생태계에 기여한 것도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유튜버들의 활약에 막대한 돈을 번 건 유튜브다. 막강한 이용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실상 국내 동영상 광고 수익을 싹쓸이하고 있다. 유튜브가 번 수익 중 일부를 한국 유튜버들에게 떼 줄 뿐이다.
구독자들이 채널에게 주는 슈퍼챗(유료 후원 서비스)마저 수수료 명목으로 일부를 유튜브가 떼간다. 적어도 한국 유튜버들이 유튜브에서 번 것 이상으로 유튜브가 한국에서 수익을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방영된 '오징어게임' 드라마가 창출한 글로벌 경제적 가치는 8억9110만 달러(약 1조2707억원)에 달했다고 한다.(블룸버그 보도). 넷플릭스가 드라마 제작에 2000만 달러(약 260억원)를 투자했다고 하니 대략 44배의 수익을 챙겼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K콘텐츠는 값비싼 헐리웃 제작 시스템을 대신할 '가성비' 높은 대체제인 셈이다.
마냥 이들을 '백기사'로만 바라볼 건 아니라는 얘기다. 콘텐츠 업계 고위 임원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 생태계에 기여했다기보단 이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국에선 폐기됐는데…정작 韓에서 소환된 망중립성
구글, 넷플릭스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아울러 망무임승차방지법 제정에 결사 항전 의지를 내비치는 근거가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다.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책 원칙으로,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미디어법학자인 팀 우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초창기엔 정보평등주의 혹은 인터넷 민주주의 관점에서 ‘상식적 규약’으로 여기기도 했다. 통신사의 힘이 워낙 막강하던 시절이다. 통신사 갑(甲)질에 대한 방어논리로 작동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당시 미국 행정부와 이에 기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 '망중립성' 원칙을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처럼 포장해 별다른 제약 조건없이 전세계 각국 통신망에 무임승차했다. 이 덕에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초단기에 글로벌 공룡 사업자로 초고속 성장했다.
힘의 균형은 이미 깨졌다. 이들 빅테크는 막강한 이용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개 통신사 정도는 쉽게 쥐고 흔들 정도로 절대 갑(甲)이 됐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나라별 통신사업자(ISP)별 자의적 속도 측정 결과를 공개하며 통신사들을 줄을 세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망 중립성이 아닌 플랫폼 중립성 원칙이 절실하다"고 비판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독점이 이들 기업의 안방에서조차 문제가 되면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국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자국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정책 원칙이 정작 이렇다 할 근거없이 타국에서 소환된 셈이다.
'통행세 횡포' 우려한 구글 유튜브, 정작 인앱결제 통행세 횡포
구글 유튜브는 망이용료를 달라는 통신사들을 빗대 '통행세 횡포'라고 빗대서 비판한다. 정작 통행세 횡포의 전형을 보여준 곳은 구글이다.
인앱결제강제방지법 시행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사의 인앱결제 정책 시행을 끝내 강행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콘텐츠 가격을 올려야 했다. 연쇄적인 콘텐츠 가격 인상에 이용자들의 주머니 부담도 늘었다.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기 위한 꼼수이자 갑질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국민 메신저 기업 카카오가 구글 인앱결제 정책의 반기를 들었지만, 구글플레이에서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가 중단되자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개방’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싹쓸이한 뒤 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플랫폼 독점 기업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이다.
유튜브라고 예외일까. 유튜브에 예속된 유튜버의 처지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언제든 광고분배 방식과 콘텐츠 관리 가이드라인 조정으로 전업 유튜버들의 생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유튜브는 구글의 또다른 비즈니스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 경쟁의 규칙 제정을 미룰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극소수를 제외하곤 네이버, 카카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디즈니플러스 등 대부분의 국내외 CP들이 직간접적으로 망사용료를 낸다. 절대적인 이용자 기반을 무기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만 망값 협상에서 열외되고 있는 현실이 다른 CP입장에선 '역차별'이다. 가뜩이나 '서버가 한국에 없다'는 이유로 매출에 따른 적정 세금마저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곳들이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일방적으로 소수 글로벌 플랫폼 독점기업들에게 기운 운동장을 평평하게 다지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다. 일각에선 '통신 사업자들의 배를 채워주는 입법'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통신은 규제산업이고, 플랫폼 그중에서도 해외 플랫폼은 규제의 사각지대다. 통신사업자들이 부당이득을 취하면 통신요금 인하정책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환원할 수 있다. 반면 해외 독점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취할 경우 이를 막기가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는 걸 인앱결제 사태가 방증하지 않았나.
이번 법안을 두고 여론이 분열돼 입법 논의 자체가 표류하는 건 어쩌면 플랫폼 시대 '절대 권력자' 구글이 설계한 매트릭스에 우리 스스로 갇혔기 때문 아닐까.
☞공감언론 뉴시스 sa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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