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미국,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 강력 통제…삼성·SK도 심사 ‘불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업체들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 통제를 7일(현지시각)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전면적 수출 통제는 아니고 건별 심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심사 자체가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통제가 더 강화될 경우 악영향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정책을 이번주 안에 발표한다고 6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국 업체들이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에 첨단 디램과 플래시 메모리칩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허가제로 만든 게 이번 정책의 뼈대라고 했다. 디램은 18나노미터 이하, 낸드 플래시는 128단 이상, 로직칩은 14나노미터 이하 제조 장비를 중국 업체들에 팔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원칙적 불허’ 방침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설립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낸드플래시 제조의 강자로 떠오른 업체로, 백악관은 지난해 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 업체들을 위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업체는 미국의 통제 규정을 어기고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제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업체가 만든 칩이 중국에서 제조되는 아이폰에 일부 탑재될 수 있다는 소식에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외국 업체들에 대해서는 건건이 심사를 통해 해당 장비 반입을 승인할 방침이다. <로이터>는 한국 업체들은 심사를 받겠지만 사실상 새 규제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대해 아는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의 목적은 중국 외 업체들에 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업체들은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에는 장비 공급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더라도 건별 심사가 기업 활동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 고도화를 철저히 억누르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노골화한 이상 중장기적으로 한국 업체들도 수출 통제의 영향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규제로 인한 중국 업체들의 부상 저지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불확실성 증대 자체도 부담이다. 한 소식통은 “한국 업체들로서는 시간을 몇년 벌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후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낸드 웨이퍼의 경우 삼성전자는 38%,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디램의 50%도 중국에서 만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상무부는 또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에 ‘해외 직접 생산품 규칙’을 적용한 수출 통제에 나설 방침이다. 이 규칙은 2020년 중국 화웨이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외국산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가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려는 것에 대해 반도체는 군사용으로도 사용되니까 안보적 고려 사항이고, 시민 감시 등 인권 탄압에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궁극적 의도는 중국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지금 수준에서 묶는다는 게 이번 정책의 취지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올해 8월 ‘칩과 과학법’을 제정해,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설치하며 보조금을 받은 업체는 중국 투자에 제한을 가하도록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미국은 반도체 등의 핵심 기술에서 두세 세대 앞서면 된다고 봤지만 이제는 아니라며 “우리는 가능한 한 큰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번 방침에 대해 “과학기술 헤게모니”를 놓지 않고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방해하고 억누르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영국 작가 “‘윤석열차’ 표절? 완전히 다른 작품…비난이 더 문제”
방심하면 찍힌다…체리따봉 흑역사에 ‘철통 보안’ 의원들▶▶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