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시대에 맞는 언어 쓰자"…마케팅 용어 바꾸는 기업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KT, 지난 4일 3년 만에 사내 교육용 마케팅 용어 가이드북 새로 펴내

젠더 감수성 고려하고 전문 용어 쉽게 풀어 쓰도록 지침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드라마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과거만 해도 심심찮게 주변에서 볼 수 있던 문구이지만, 젠더감수성이 중요해진 2022년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정 성별과 취향을 연결짓는 이분법식 사고방식이 현대에 와서는 구식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 뒤 언어의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시대가 원하는 언어'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늘었다. SK텔레콤이 2019년 1편에 이어 지난 4일 사내 교육용 마케팅 용어 지침서인 '사람 잡는 글쓰기 2'를 3년만에 펴낸 이유다.

SKT는 이 책에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해 직원들이 마케팅에 사용하는 관련 용어를 손보도록 했다. 가령 '워킹맘에게 꼭 필요한'이라는 문구는 '맞벌이 부모에게 꼭 필요한'으로 바꿨다.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여자 어린이 이미지를 구현하면서 '치마', '분홍색' 등을 사용하던 관습도 바꿨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앉은뱅이책상' 대신 '좌식책상', '장애우' 대신 '장애인'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관습적 표현인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등도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는 측면에서 권장하지 않는다.

근래 가장 큰 문제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생돼 실생활까지 침투한 특정 성별 비하 표현들도 '사용 금지'로 적시했다. '허버허버(급하게 음식을 먹는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 '오조오억(쓸데없이 많음을 나타내는 남성 비하 표현)' 등 남성 비하 표현이나 '오또케오또케(위기나 갈등을 해결한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아몰랑(논리적 설명을 요구받았을 때 막무가내로 넘어가려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등이 대표적이다.

신조어 중에서도 비속어에서 시작된 것들은 공식 사용 자제 대상이다. '졸귀'와 '존맛탱(JMT)' 등은 '존나'라는 비속어에서 시작됐다. '쌉가능', '쌉파서블', '개이득' 역시 접두사에 '쌉', '개' 등 비속어가 붙은 만큼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반대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나 '돈쭐낸다(돈+혼쭐낸다)'나 '성지순례' 등은 사용이 무방한 신조어로 꼽혔다.

기업들이 언어습관에 대한 무지가 실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작년 5월에는 편의점 체인을 운영하는 대형 기업이 남성을 비하하는 듯한 손동작을 담은 이미지를 홍보 포스터에 담아 비판을 받았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다수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점에서 부정적 마케팅 사례를 남긴 셈이다. 마케팅, 홍보, 고객 응대 등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필수적인 B2C(기업-소비자간) 기업들로서는 같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문학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먼저 언어를 바꿔나가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5년여 전부터 판 갈이를 할 때마다 '처녀작', '여류 작가', '계집애' 등 비칭·멸칭을 수정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감수성'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이드북은 "오늘날 감수성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희강 SKT 브랜드전략 담당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쉽고 올바른 대고객 소통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이드북은 이외에도 통신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를 일반인도 알기 쉽게 풀이했다. 'IMEI' 대신 '휴대폰 식별 번호', mVolP 대신 '모바일 인터넷 전화', '음영지역' 대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 등이다. 실제 SKT가 T월드 내 '자주 하는 질문'에 고객 친화적 용어를 적용하자 고객들의 호응이 뒤따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