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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말투가 그게 뭐냐”···백경란 질병청장 ‘유체이탈 화법’에 여당도 포기[국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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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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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연일 백 청장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 야당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라도 정부 기관장에게 일부러 공세를 펴지만, 여당은 대체로 정부 입장을 배려하며 방어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국민의힘도 백 청장을 성토했다.

쟁점은 백 청장의 ‘화법’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표현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19 등 질병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의 장인데, 관련 질의에 마치 직분을 망각한 듯한 답변을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에 대해 물었을 때 내놓은 답변이 대표적인 예다. 최 의원이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백신 피해를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 아느냐”고 묻자 백 청장은 “언론에서 봤다”고 답했다. 백 청장은 윤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했기 때문에 공약 실행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적어도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당사자인데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질병청의 최종 책임자인데 마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답도 논란이 됐다. 백 청장은 지난 9월 질병청이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건에 대한 질의에 “제가 보고받기에는…”이라고 단서를 붙여 답했다. 한 30대가 백신 이상반응 피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 법원에 “보상하라”고 판결한 사안이다. 또 다른 백신 이상반응 피해 주장 건에 대해서도 “제가 보고받지 못해서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보고’를 이유로 댔다.

신현영 의원이 “법원 판결 항소를 본인이 결정한 것 아니냐”고 확인하자 “질병청 내부에서 논의했고, 말씀하신 대로 제가 최종 결정권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비슷한 일은 국감 첫날인 5일에도 있었다. 백 청장이 공직 취임 후에도 바이오·제약 관련 주식을 보유한 사실에 대한 질의가 쇄도했는데, 특히 백 청장이 주식을 매각하면 인사혁신처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안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질병청은 백 청장이 8월 말 공직자 재산 공개 후 주식을 팔자 “주식을 매각해도 직무관련성 심사는 계속된다”고 밝혔는데 사실과 달랐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질병청에 지난 9월28일 ‘직무관련성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백 청장은 ‘직무관련성 심사를 계속 받는다’는 이야기를 “직원에게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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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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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청장이 공직 취임 전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백 청장은 질병청장 임명 전 감염병 관리위원회, 백신 도입 자문위원회 등 여러 정부 자문기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백 청장이 취임 후까지 보유한 주식 중엔 ‘국산 백신’ 제조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도 있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실제 정부 정책이 (주식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역이 필요하다”며 “공적 영역에서 일하며 많은 정보를 접했을 때의 주식 거래 내역을 국민이 궁금해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백 청장은 “민간인 시절 개인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불똥’이 옆에서 같이 감사를 받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튀기도 했다. 강 의원은 “백 청장이 아무 말이 없어서 질병청을 관리·감독하는 장관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며 조 장관에게 “(백 청장의) 주식 내역을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이 “아까 질병청장이…”라며 백 청장의 대답을 인용하려고 하자 강 의원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청장 대변인은 아니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은 백 청장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6일 오후부터는 질병청 단독 감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질병청을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며 “이 정도면 해임촉구결의안을 (발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저는 청장한테 가급적 질문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사실상 방어를 포기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추가 국감 주장 이후 “청장 때문에 정말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목소리부터 고치시라. 말투가 그게 뭐냐. 국감 받으러 온 청장이 말투가 그렇게 쌀쌀맞으면, 뺀질하면 안 된다”며 “책임감도 없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정성이 없다. 우리 윤석열 대통령, 여당 의원들에게 너무 부담주지 말라”고 했다.

보건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새로운 질병청장에 대해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는 점 꼭 기억해 달라”며 “목소리도 좀 크게 해달라. 뭔가 소신 있고 자신 있어 보이게 해달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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