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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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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투’라던 박진성 시인 유죄 선고…법원 “허위사실로 피해자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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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법원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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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진성씨(44)가 자신에게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김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씨는 ‘가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로 피해를 입었다며 ‘무고’를 강조했지만 법원은 박씨의 주장 대부분을 ‘허위’로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6단독 김택우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지난달 28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320시간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박씨는 2019년 3월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가 가짜 미투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11차례 거짓으로 글을 올려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김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게재하며 나이와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6년 10월 트위터에 ‘미성년자 시절 박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씨에 대한 문단 내 미투가 시작된 계기였다. 박씨가 김씨를 비롯한 여성 습작생에게 수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이어오던 박씨는 2019년 3월 SNS에 김씨를 ‘무고범죄자’라고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돈을 목적으로,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 무고는 중대 범죄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허위 폭로 후, 실명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김씨가 돈을 요구했다” 등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에게 성희롱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5년 당시 17살이던 김씨에게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 거” “나랑 약속 하나 할래? 어떻게 해도 나 안 버린다고.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등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박씨) 실명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김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박씨 주장도 허위라고 봤다. 박씨는 김씨가 처음 박씨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피해를 알렸을 당시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문창이나 실기를 도와줄 수 있다고 회유했다. 김씨가 “도움은 괜찮구요. 주실려면 전 돈이 좋습니다”로 답했는데, 박씨는 이를 근거로 ‘김씨가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김씨가 박씨와의 만남을 거절하는 표현으로 보낸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등 피해자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를 취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박씨는 김씨가 밝힌 성희롱 피해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김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성희롱 등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반소)에선 성희롱 사실을 인정해 박씨가 김씨에게 1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형사 재판을 받던 중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을 취하했다.

김씨 측 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5일 “(박씨가) 피해자를 무고녀, 무고범이라 부르며 피해자의 고백이 허위미투인양 몰아갔고, 이런 일이 수년간 반복되며 피해자는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낙인찍히는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판결로) 피해자 김씨는 ‘가짜 미투의 상징’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내 극복해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의 상징’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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