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서민 급전창구, 카드론 반년새 1조4000억 증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년 전 연 3%대 초반이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5.6%로 뛰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진 회사원 A(30)씨는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을 알아보다 고민이 커졌다. 100만원 미만 소액 대출임에도 연 10%가 넘는 금리가 붙어서다. A씨는 “고금리였지만 생활비가 급해 카드론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버는 돈을 빚 갚는 데 대부분 쓰는 데 빚은 갈수록 더 늘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4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삼성·신한·현대카드사 4곳의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 잔액은 반년 사이 1조4645억원 늘어난 25조3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으로 6개월간 늘어난 액수가 지난해 한 해 증가액(1조918억원)을 넘어섰다.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하지만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한다. 이런 상황 속 카드론 금리가 뛰면서 서민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국민·삼성·신한·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말 기준 연 13.22%로 한 달 전(연 12.87%)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겐 법정 최고 금리(연 20%)에 가까운 최대 연 18.44% 금리가 붙는다.

여신금융업계는 카드론 금리가 연내에 연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적인 긴축 흐름에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이하 여전채)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의 여전채(AA+ 등급 기준) 금리는 4일 연 5.383%로 연초(연 2.42%) 대비 2.2배 뛰었다. 여전채 금리가 5% 선을 넘어선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해 카드론 등 대출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비싸지면서 카드론 금리는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카드론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카드빚 증가뿐만 아니라 카드값(대금) 결제를 미루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4곳의 신용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조8769억원에 이른다. 반년 사이 증가 폭(3093억원)은 지난해 1년간의 증가액(5017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신용카드 리볼빙은 신용카드 이용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면 나머지는 다음 달로 연기하는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제도다.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장 카드값 연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채무상환(이월 원금)과 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리볼빙 수수료는 카드론 금리보다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의 8월 말 기준 평균 수수료율은 최고 18.35%다.

시장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뛰는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카드값을 연체하는 차주(대출자)가 늘 수 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압박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카드빚 ‘돌려막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서민들이 카드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나빠지자 금융당국도 최근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사의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차주에겐 11월부터 카드값 일부를 다음 달로 미룰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한다.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저신용자에 한해 리볼빙 텔레마케팅(전화 판매 권유)도 차단한다.

염지현·김연주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