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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남미 좌파 대부’ 룰라, 대선 1차 투표 1위 하고도 불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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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치러진 지난 2일(현지시간) 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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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대통령직 복귀를 노리는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경쟁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오는 30일 결선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날 치러진 연방의원 선거에서 현 집권 여당이 약진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자당(PT) 후보 룰라 전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48.4%를 얻었다. 2위를 기록한 자유당(PL) 후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3.3%를 얻었다. 1985년 민주화 이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결선에서 진 적은 없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전 여론조사 업체들의 예측치를 약 7%포인트 상회하는 결과를 내면서 여론조사에 기반한 ‘룰라 대세론’은 크게 약화됐다.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격차(5.1%포인트·600만표)는 역대 대선에서 가장 작은 차이다.

브라질 정치평론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가디언에 “어제(1차 투표) 일을 겪은 지금으로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보우소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치평론가 올리비에르 스투엥켈도 뉴욕타임스에 “룰라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보우소나루가 승리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1차 투표 결과에 고무된 보우소나루 진영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작업에 나섰다.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위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업체들의 설문에 절대 응하지 말라면서 “이렇게 하면 그들이 발표하는 어떤 결과도 처음부터 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투표에서 드러난 여론조사의 한계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향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구실로 활용될 우려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를 도둑맞지 않는 한 내가 선거에 질 리 없다”고 말해왔다. 결선에서 질 경우 여론조사 업체들의 의도적인 여론 왜곡 탓으로 돌리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예측대로 룰라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더라도 진보적 좌파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1차 투표와 같은 날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유당은 하원에서 기존보다 22석 더 늘어난 99석을 차지해 최다 정당 지위를 유지했다. 상원에서는 전체 27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의 노동당은 하원에서 10석을 더해 68석으로 제2당이 됐고 상원에서는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수 우위 의회에서 정책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층과 이들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영향력이 탄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룰라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전 보건장관과 아마존 환경 파괴로 물의를 일으킨 전 환경장관 등을 포함해 보우소나루 정부 각료 출신 8명이 연방의원 선거에서 당선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인사 8명이 당선했다. 페르난데스 정치평론가는 가디언에 “언론과 전 세계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저지른 일들에 분노했지만 유권자들은 그런 분노를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언론 및 지식 계층과 유권자들 사이에 단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향후 한 달간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일 전망이다. 결선 승리를 위해 룰라 전 대통령은 150만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800만표를 더 확보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다른 9명의 후보들이 가져간 1000만표 중 3분의 1은 중도좌파 성향, 3분의 2는 중도우파 성향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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