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지성림 연합뉴스TV 기자>
[앵커]
북한은 오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넘어 4,500㎞나 날아갔습니다.
최근 단거리 미사일만 연속 발사했던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북한의 행보와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외교·안보 부처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미사일 발사 소식은 우리 군 당국이 발표하면서 알려진 것으로 아는데, 먼저 우리 군이 밝힌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
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오전 7시 23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사한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는 4,500여km, 고도는 970여km, 속도는 마하 17로 탐지됐습니다.
공개된 제원을 봤을 때 오늘 쏜 미사일은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는 '화성-12형' 계열로 보입니다.
실전 배치된 화성-12형을 발사했거나, 아니면 사거리를 더 늘린 화성-12형 개량형을 쐈을 수 있습니다.
화성-12형 발사는 올해 1월 30일 발사 이후 약 8개월 만인데, 북한은 올해 1월에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화성-12형을 쐈습니다.
하지만 1월에는 고도가 약 2,000km였고, 비행거리는 800km로, 이번처럼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날아간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승겸 합참의장은 한미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면서 연합방위 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군은 전했습니다.
[앵커]
합참이 북한 미사일 제원을 공개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미사일 비행거리를 공개했는데, 출근길 문답에서 나온 얘기였죠?
또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열렸다는데 그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윤 대통령은 오늘 아침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에서 북한 미사일의 대략적인 사거리를 공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아침 보도에서 봤겠지만, 북한에서 (사거리) 4,000km 정도 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일본 열도 위로 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군 공식 발표에 앞서 북한 미사일 사거리를 공개함으로써 군으로부터 가장 먼저 그리고 신속하게 보고받았다는 걸 부각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또 "10월 1일 국군의 날에도 밝혔지만, 북한의 이런 무모한 핵 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오전 9시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점검했습니다.
NSC 참석자들은 북한의 IRBM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또 북한 도발을 묵과할 수 없고,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대북 제재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억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NSC 도중에 회의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 특히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앵커]
아까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날아간 게 5년 만이라고 하셨는데, 올해 1월에 발사한 화성-12형과 비교해 상당히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종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뭐죠?
[기자]
우리 군 당국은 미국과 공조 아래 정밀한 정보 수단으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합니다.
그 결과로 북한 미사일의 최대 정점 고도와 비행거리, 속도 등 제원이 확인되는데, 군은 이런 제원을 토대로 미사일 기종을 분석합니다.
군 당국은 오늘 미사일에 대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즉 IRBM이라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보통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로 갈수록 미사일 속도가 높아지는데, 북한이 최근 연거푸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은 속도가 음속의 5~6배, 즉 마하 5~6 정도입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최대 비행 속도가 마하 15~18 정도인데, 오늘 쏜 것이 마하 17이고, 올해 1월 30일에 발사한 것은 마하 16 정도로 확인됐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경우는 최대 속도가 마하 20 이상입니다.
따라서 속도로 봤을 때 오늘 쏜 것은 중거리 미사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난 1월에 쏜 것과 비행거리가 다르냐.
그건 어떤 각도로 발사하느냐의 차이인데요.
각도를 높여서 쏘면 정점 고도가 높아지는 대신 비행거리가 줄어듭니다.
1월에 쏜 화성-12형은 정점 고도가 약 2,000km였지만, 오늘 발사한 건 970여km입니다.
고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북한이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발사 각도로 발사했다는 얘기고, 그래서 비행거리가 훨씬 늘어난 겁니다.
북한은 보통 '화성-12형'이나 ICBM을 쏠 때 정상 발사 각도보다 상당히 높은 고각 발사 방식으로 발사합니다.
ICBM은 매번 최대 고각 발사로 비행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쐈는데, 화성-12형은 때로는 정상 각도로 발사해 최대 사거리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쏘기도 합니다.
2017년 9월에 그랬고, 오늘 또 정상 각도로 발사했습니다.
그래서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겁니다.
2017년 9월에 쏜 화성-12형은 고도 770km로 3,700여km를 날아갔습니다.
당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미사일이 가장 멀리 날아갔다고 주목을 받았는데, 오늘은 그때보다 사거리가 800km나 더 늘었습니다.
즉, 오늘 쏜 미사일이 북한 미사일 역사상 실제 비행거리로는 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로 쏘는 방식은 비행거리를 늘리면서 위협 수위도 한층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 쏜 미사일은 비행거리뿐 아니라 정점 고도 역시 200km가량 더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즉 기존의 화성-12형보다 로켓 추진력이 더 세진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 북한이 미사일 제원을 공개할지 봐야겠지만, 오늘 쏜 것은 5년 전 화성-12형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개량형일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화성-12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부터요.
[기자]
김정일 집권 시기, 그리고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북한의 대표적인 중거리 미사일은 무수단급이었습니다.
보통 최대 비행거리가 1,000km 미만이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비행거리가 2,400~5,500km이면 준중거리·중거리·중장거리 미사일, 5,500km 이상이면 장거리 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분류합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중거리 미사일이었던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km 정도였습니다.
그랬다가 2016년 4월 북한 열병식에 안 보이던 미사일을 새로 등장했는데, 그게 화성-12형입니다.
북한은 화성-12형을 세상에 공개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첫 시험발사에 나섭니다.
2017년 5월 14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2형 시험발사가 이뤄졌는데, 북한은 당시 최대 정점 고도 2,111㎞, 비행거리 787㎞라고 제원을 공개했습니다.
이 제원을 보고 전문가들은 화성-12형의 사거리는 4,500~5,500㎞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 겁니다.
북한은 2017년 8월 29일에 또 화성-12형을 쐈습니다.
이때는 고도를 낮춰 2,700㎞를 날아갔습니다.
이때 화성-12형이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해 날아가면서 일본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같은 해 9월 15일에 또 화성-12형을 일본 열도를 넘어 날려 보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때는 3,700㎞를 날아갔습니다.
당시 김정은도 현장에서 발사를 참관했는데, 김정은은 "화성-12형 전력화가 실현됐다"며 실전배치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올해 1월 30일에 화성-12형을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고는 '검수 사격 시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검수 사격이란 생산·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발사하는 품질 검사용 시험발사를 뜻합니다.
즉 화성-12형 실전 배치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라고 과시한 겁니다.
북한이 최근 쏜 단거리 미사일들은 서울과 계룡대를 비롯한 한반도 남쪽 지역과 주한미군 등을 겨냥한 것이라면, 화성-12형은 주일 미군 기지와 괌을 타격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가 3,400㎞이니 화성-12로 미국 영토인 괌을 충분히 타격하고도 남습니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핵폭격기를 비롯해 유사시 한반도로 즉시 출동할 수 있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화성-12형 두 번째 발사 직전인 2017년 8월 9일 북한 전략군 사령관은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에 동시에 탄착시키는 이른바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물론 김정은의 최종 승인이 없어서인지 괌 포위사격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은 이후 화성-12형을 괌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인 북태평양 해상에 발사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연거푸 4차례나 단거리 미사일만 쐈는데, 오늘은 중거리 미사일을 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면서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인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북한은 오늘 IRBM 발사에 앞서 지난달 25일과 28일, 29일, 그리고 이달 1일, 4차례에 걸쳐 총 7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 4차례의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와 지난주에 있었던 한미 연합 해상훈련, 한미일 대잠훈련 등에 반발하는 무력시위로 평가됩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이틀 후부터 연속 발사가 이뤄졌고, 한미 연합 해상훈련이 한창인 기간에, 한미일 대잠훈련 전날과 이튿날에 각각 발사했기 때문입니다.
또 9월 28일 오후와 9월 29일 저녁의 미사일 발사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도착 직전과 출국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10월 1일에 쏜 미사일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앞서 4차례의 무력 도발은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열린 한미와 한미일 군사훈련, 미국 부통령의 방한, '국군의 날'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슈들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미국령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하기 이전부터 핵·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암시한 겁니다.
그동안은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로 '워밍업'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또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로, 일본 상공을 통과하도록 발사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견제구로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을 향해 "더이상 우릴 자극하지마"라는 식의 경고를 한 게 아니냐는 거죠.
한미일 3국은 지난주 금요일에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한 연합 대잠훈련를 진행하는 등 최근 들어 안보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핵무력 정책 법령'과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에 핵무력 정책 법제화 사실과 김정은의 '핵 독트린'이 담긴 연설을 공개했는데, 그 이후 북한의 도발 행태가 상당히 대담해졌습니다.
북한은 예전에는 보통 미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전개했다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에야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미 항모 면전에서 보란 듯이 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북한이 '역사적인 사변'이라고 강조하는 핵 정책 법제화와 김정은의 공세적 '핵 독트린' 발표 이후 이러한 무모한 도발이 감행된 것을 두고 핵무력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군사 행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조금 전에 단거리 미사일로 워밍업을 한 다음에 오늘 중거리 미사일을 쐈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다음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실험 이런 순으로 계속 위협 수위를 높여나갈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오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ICBM, SLBM, 7차 핵실험 등으로 점차 수위를 높이면서 무력 도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함남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즉 SLBM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7차 핵실험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나서 김정은의 결심만 남았고요.
국정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제로 하게 된다면 그 시기는 중국이 시진핑 주석을 공산당 총서기에 다시 추대하는, 즉 '3연임 대관식'이 열리는 이달 16일 이후부터 11월 초 미국의 중간선거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 수위를 높여나가다가 마지막에 핵실험으로 대미를 장식할 의도라면 7차 핵실험 시기는 이달 하순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때까지 보름에서 20일 정도 남아있는 만큼 그사이에 북한이 또 중거리 미사일을 쏘든, 아니면 ICBM이나 SLBM을 발사하든 시간은 충분히 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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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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