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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수사망 피하는 법 공유… 뛰는 경찰 위에 나는 마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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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래 수사 추적 어려워
텔레그램 통한 유통 73% 달해
'위장수사' 법·제도 정비 필요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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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내 마약 유통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 마약 유통상들은 텔레그램에서 마약 구매 시 행동 수칙과 경찰 수사망을 피하는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경찰 수사 협조가 쉽지 않은데다 텔레그램 내에서 판매 수법까지 정교해짐에 따라 '위장 수사' 등을 마약 판매책 검거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본대로 하면 안걸린다"

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운영자들은 '경찰한테 안 걸리는 법', '마수대(마약수사대)가 조사하는 방법' 등의 가이드라인을 공유중이다. 입수한 게시물에 따르면 마약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돈을 보내야 하는지, 마약 픽업시 이동 수칙,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가 구매자를 추적하는 방법, 전달책 검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내용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판매 채널명만 안다면 누구나 텔레그램에서 이같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공개적으로 마약 판매자가 구매자의 행동 수칙을 정해주고 경찰 검거를 피할 수 있는 '팁'까지 안내하는 셈이다.

전직 마약 유통책 A씨는 "마약상들이 구매자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한 방법"이라며 "마약상 대부분은 구매자가 잡혀 본인들에게도 피해가 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속칭 '대본'이라고 하는 행동 수칙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해 위장 수사 도입하자"

마약 판매책이 이처럼 구매 가이드라인까지 공유하지만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텔레그램이 국내 업체가 아닌데다 보안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도 답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수사 인력 부족 등으로 경찰 입장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강선우 의원실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파악한 경로별 마약류 불법 유통 현황(2022년 4~8월)에 따르면 1949건의 유통건수중 텔레그램이 1419건(72.8%)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톡(210건), 라인(80건), 관련 홈페이지(42건)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판매 관련) 텔레그램 채널이 수백개가 있는데 모두 확인하고 잡을 수가 없다"며 "구매자보다는 판매책 위주로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을 고려해 마약 수사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본사 소재 파악도 되지 않은 텔레그램 수사 협조에만 기댈 수 없다"며 "텔레그램이 주 판매처인 마약상 검거를 위해서는 위장수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행법상 위장 수사가 위법의 소지가 있으니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경찰이 위장 수사가 가능하도록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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