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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광우병 시위·초원복집 학습효과?…여권 ‘비속어 논란’ 강공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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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땐 야당 공세에 대응논리 잃어’

국정동력 ‘회복 못할 상실’ 교훈 얻어

무리한 진실공방 알면서도 되풀이

‘메신저’ 공격하며 지지층 결집 기대

경향신문

2008년 6월 1일 서울시청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려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MBC에 공세를 퍼붓는 것을 두고, 2008년 미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이 소환되고 있다. 지금의 강경 대응은 두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광우병 촛불집회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시위가 커지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6월19일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는데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집회의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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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19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권에선 당시 대통령 사과로 정권의 국정 동력이 사그라들고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당에서는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석한다”며 “우리가 잘못을 인정한 후엔 야당의 어떤 공격에도 대응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비속어 논란에서도 비속어 사용을 인정하면 이후 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바이든’ 발언은 물론 ‘이 XX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실 공방으로 몰고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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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집 사건에 대한 당시 경향신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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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당시 김기춘 법무부장관과 부산시 주요 기관장들이 부산의 한 복어요리집에 모여 “우리가 남이가”라며 김영삼 대선 후보 출신지인 PK(부산·경남)의 지역 감정을 부추겨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이 공개된 사건이다. 정주영 후보가 있던 통일국민당에서 도청한 내용이었다. 당시 김영삼 후보 측은 대화 내용에 대응하지 않고 메신저(통일국민당)의 불법 도청을 부각시켰고, 보수 언론이 불법 도청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으면서 오히려 정 후보 측이 역풍을 맞고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비속어 논란에 대해 이를 최초 보도한 MBC의 ‘자막 조작’으로 규정하고 MBC 항의방문과 검찰 고발 등 강경 대처한 것도 초원복집 때 특정 메신저를 공격한 것과 비슷한 전술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은 과거 광우병 촛불집회를 촉발했던 MBC 방송을 조작으로 몰아 반복해서 이번 사건과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8일 MBC 항의방문에서 “MBC가 조작을 하면 민주당은 선동을 하는 등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방식, ‘제2의 광우병 선동’으로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정권을 흔들어보려는 속셈이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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