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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무역적자에 위기설 고개… "괜찮다"던 경상수지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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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8월 경상수지 적자 예고
경상수지 적자 굳어지면, 위기 향할 수도
적자 쌓이면 국가 신인도 위협
한국일보

9월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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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수출-수입)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의 핵심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잿빛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덮쳤던 경상수지 적자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건 그만큼 우리 경제가 최대 위기에 근접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4월부터 나타난 무역적자가 하반기 들어 더욱 심화됐지만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곧 냈다. 그 배경엔 경상수지 흑자가 있었다. 실제 상반기 누적 무역수지는 152억5,300만 달러 적자였지만 경상수지는 247억8,000만 달러 흑자였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여행·운송), 배당·이자 등 소득수지로 구성된다. 한 국가가 무역, 해외 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경상수지 항목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는 국경 기준으로 상품의 수출과 수입만 따지는 무역수지보다 넓은 개념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금액을 무역수지는 제외하나 상품수지는 포함하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경상수지가 흔들렸던 적은 외환·금융위기 때뿐이다. 무역적자 와중에도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한 건 경제 체력이 견조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무역수지뿐 아니라 경상수지도 하강이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집계·발표하는 7월 경상수지 흑자는 10억9,000만 달러로 1년 전 77억1,000만 달러에서 크게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계속 흑자였던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교역이 원자잿값 급등, 원화값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은 7일 발표 예정인 8월 경상수지가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했다. 해외 송금 배당 증가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매년 4월을 제외하고 월간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난 건 2012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만약 경상수지 적자가 8월을 기점으로 굳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위기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른 대외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가 확장 재정 정책으로 적자인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도 쌓이면 국가 신인도 및 원홧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연간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 1997년 겪은 적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3분기에도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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