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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옹위만 하다 정기국회에서 스스로 수렁에 빠진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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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 후 행사장을 나서는 모습. MBC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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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할 여당의 무기가 보이지 않는다. 집권 첫해인 만큼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을 압박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인 24%(지난달 31일 한국갤럽 발표)까지 추락했다. 국민의힘 내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제안은 묵살되고, 강성 발언만 넘쳐난다. 이준석 전 대표 찍어내기, 윤 대통령 방미 중 비속어 사용 파문 등 지지율을 떨어뜨린 사건들에서 여당이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하고 옹위하는 데만 신경쓰다 스스로 수렁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 추락은 비속어 파문과 그에 대한 대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 후 나오는 길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튿날 현지에서 ‘이 XX’라는 표현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겨냥한 것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에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빠르게 사라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그 용어(이 XX)가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가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당내 강성 친윤계 의원들은 ‘이 XX’ 표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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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MBC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박대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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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윤 대통령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의 ‘자막 조작’으로 규정하고, 민주당과의 정언유착으로 몰아갔다. MBC 항의방문과 검찰 고발 등 강경 대응이 이어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망국적 입법독재”라며 민주당에 각을 세웠다.

역대 최저 지지율 발표 후에도 당내엔 강성 발언이 주를 이뤘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지난 1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TV조선 강적들을 봤다. 잘난 패널들이 나와 대통령이 비속어 사용과 미국 폄훼에 대해 사과해야 된단다”라며 “한심하다. 기본적인 팩트도 체크 안하고 나와서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SNS에 문재인 전 대통령 중국 출장 중 ‘혼밥’ 등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의 외교 문제를 지적한 영상을 게시하며 “진정한 외교참사?”라고 적었다.

내년 초 전당대회가 예고되면서 당권주자들도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보수 당심을 잡기 위해 연일 MBC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2일 SNS에 “MBC 박성제 사장과 경영진이 지금 당장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국회를 방탄막으로 악용하기를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외교 참사는 민주당과 MBC가 국민을 현혹하고 정부를 저주하기 위한 주술용 주문일 뿐”이라며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재명 대표의) 형수 욕설과 성남시장 시절 트위터는 ‘구강(口腔)참사’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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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날리며’를 ‘바이든’으로 대신한 ‘태극기 휘바이든’ 패러디물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조 날리면’으로 합성한 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 해명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이러한 풍자 패러디물이 다수 등장했다.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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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힐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NS에 현재의 당 상황을 이승만 정권의 ‘사사오입’에 비유하며 “그 시절에도 사사오입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인원은 자유당 114석 정당에서 13명 정도였다”며 “나머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해도 그냥 입 닫고 있어야 할 처지의 ‘의원’들이었다”고 당내 침묵을 에둘러 비판했다.

2015~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찍혀 공천배제됐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8일 강연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2016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갈등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당내 비판이 확산되진 못하는 분위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일 유 전 의원을 겨냥한 듯 “요즘 벌어지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 같다”며 “우리 내부를 흔드는 탄핵 때 같은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준석 찍어내기 때도, 이번에도 당이 대통령 심기만 살피다가 중도층을 잃었다”며 “이대로면 수도권 총선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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