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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에너지 수입국의 숙명? “올 무역적자, 외환위기 전의 2배”...반도체 등 수출도 급감[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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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노골적 ‘자원 무기화’에

가스값 등 에너지 원자재 ‘천정부지’

9월 무역수지 적자 37억7000만달러

한은 등 “무역수지 적자 한동안 지속”

경향신문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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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7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값 등 에너지 수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반도체 수출 같은 돈벌이는 급감한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이던 외환위기 직전의 2배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초 “무역적자 현상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던 정부의 설명과 달리, 25년 만에 최악의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서는 데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마저 주춤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3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수출은 주춤한 데 비해 수입은 가파르게 늘며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9월 수출은 57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 10월(3.9%)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올 6월(5.3%)부터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리수에 머무는 것도 나쁜 징조다.

15대 주요 품목 중 석유제품, 자동차, 이차전지 등 5개 품목만 수출이 늘었다. 특히,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8월부터는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다.

무선통신(-7.0%), 디스플레이(-19.9%), 컴퓨터(-23.6%) 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꾸준히 늘었던 철강 수출도 단가 하락과 태풍 수해 영향으로 전년 대비 21.1% 줄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대 중국 수출도 6.5% 줄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 중인 유럽연합(EU)에도 수출이 0.7% 줄었다.

반면,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대비 18.6%나 늘며 61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원유·가스·석탄 수입액(179억6000만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억5000만달러 급증한 영향이 컸다. 수산화리튬 등 배터리 소재·원료가 포함된 정밀화학원료(51.8%)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올 1~9월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전년 대비 670억달러나 늘어 무역적자 폭(288억80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9월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겨울철을 대비해 각국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mmbtu(열랑 단위)당 45.4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15.66달러) 190.2% 뛰었다. 같은 기간 유연탄 가격도 t당 181.12달러에서 440.05달러로 143.0% 증가했다. 배럴당 72.63달러에서 90.95달러로 오른 국제 유가 상승폭(25.2%)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보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였다.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주요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경제위기 때마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며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외환위기 직전에도 6개월 연속 적자를 냈고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8년에는 연간 13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전히 수입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15.5%였다가 8월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도 흑자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등 대부분의 기관은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올해 겨울 가스 공급 중단 등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위기가 더 증폭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겨울철 이상한파와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공급 차단 등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 위기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4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였던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현재 무역수지 적자는 높은 수입물가 영향이 크다”며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등 공급망 안정과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 환율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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