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에 공직자까지…끊이지 않는 '제주 농지 사랑'
7년 간 처분 의무 부과된 토지만 여의도 5.6배
농지법 위반 의혹 제주시장·서귀포시장 임명 규탄 |
A씨 등은 '더덕 농사를 짓겠다'며 이 땅을 샀다. 하지만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의사가 없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농지를 되팔고는 27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제주지법은 농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나머지 2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구에 사는 C씨 등 3명과 경북에 거주하는 D씨는 투기나 노후에 주택을 짓고 살 목적으로 2018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농지 4천932㎡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다.
C씨 등은 주말 체험농장을 하겠다고 속여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지만, 거짓임을 들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법은 지난달 20일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농지 잠식을 막고 투기를 근절해야 할 고위 공직자들이 되레 농지를 소유하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2019년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농지 7천 여 ㎡와 2014년과 2015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임야와 농지 2천100㎡를 동료 변호사 3명과 함께 매입했지만, 실제 경작은 하지 않아 투기 의혹을 받았다.
강 제주시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소유한 농지를 이른 시일 내 모두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등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고도 공익형 밭 농업 직불금과 농민수당을 수령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강 제주시장과 이 서귀포시장은 인사청문을 하며 불거진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취임 이틀 만인 지난 8월 25일 경찰에 고발당했다.
제주 마늘 수확 |
이처럼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어긴 '가짜 농부'가 산 제주 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1만5천409필지에 1천621.6㏊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290㏊) 면적의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농지를 매입하고도 농사를 짓지 않은 이들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 의무가 부과됐다.
행정시별로 보면 제주시가 8천568필지에 846㏊, 서귀포시가 6천841필지에 775.6㏊다.
적발된 농지는 주로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방치하는 무단 휴경과 다른 이에게 불법으로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처분 의무가 부과된 농지는 6개월 이내 처분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농지 처분 명령이 내려진다.
처분 명령까지 받고도 6개월 이내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농지의 공시지가와 토지감정가 중 더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처분 때까지 매년 부과된다.
제주지역에서 7년간 농지 처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부과된 이행강제금만 34억7천300만원(제주시 26억7천800만원, 서귀포시 7억9천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행정시는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농지를 처분하지 않는 경우 압류 후 공개매각 한다는 방침이지만 토지주 대부분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압류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농지이용 실태조사를 진행해 불법 임대와 무단 휴경 등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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