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재고 쌓아둘 창고도 없다”… 반도체 혹한기, 투자 축소·감산 돌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마이크론 클린룸 내부. /마이크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수요 감소로 2022년 4분기(6~8월) 매출이 흔들렸다. 반도체가 안 팔리니 재고가 늘면서 매출도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마이크론은 당분간 투자를 축소하고, 감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업계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7~9월)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등 상황은 비슷하다. 메모리 업계 모두가 공급 조절을 통한 수익성 개선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2일 마이크론에 따르면 미국 회계연도 기준 2022년 4분기(6~9월) 회사 매출은 66억4000만달러(약 9조5160억원)로 전년보다 약 20% 하락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을 밑도는 ‘어닝쇼크’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마이크론의 재고회전일수는 창립 이후 최대치인 150일 이상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보유한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5개월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올해 초 반도체 수요가 높았을 때 마이크론의 재고는 5일 치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애초 잡아 놓은 장비 투자 계획에서 30%를 삭감해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로 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가 기존에 구매했던 반도체 재고가 쌓여 (새로운) 주문을 줄이고 있다”면서 “설비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장비 투자는 50% 줄일 예정이다”라고 했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의 투자 축소와 감산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 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52조원으로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었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보다 재고가 91% 늘어난 11조8000억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만을 판매하는 SK하이닉스는 재고 수준이 삼성전자보다 더 심각한 셈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재고회전일수를 145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판매사와 고객사 모두 재고가 넘쳐나 소화를 못하는 물량이 보세 구역에 쌓여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고객사 등과 협의를 통해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반도체 공급 과잉 사태가 지속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 사진은 화물 운송되고 있는 수출품.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마이크론의) 경쟁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 축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경쟁사 제품과 호환이 가능한 범용제품(commodity)이므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국내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14.2% 감소했다. 이는 2008년 12월(-17.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앞서 지난 7월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반도체(DS)부문은 시황에 연계해 적절한 재고 정책을 펼칠 것이다”라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역시 “3분기 출하량이 기존 계획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다”라며 “올해 말 예상되는 재고 수준과 내년 시장 수요를 고려해 투자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감산이 반도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장비 안에 투입된 웨이퍼를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본다. 지난 2월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로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공장이 수일간 멈췄을 당시에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공장별 출하량 조정은 그때그때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그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으므로 쉽게 큰 폭의 조절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공급을 조정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적절한 대안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러면 내년 공급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이전 전망 대비 더 낮아지고 수급 균형 시점이 더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