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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죽음의 일꾼’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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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헤일리 캠벨 지음·서미나 옮김
시공사|400쪽|2만2000원

죽음이 어떤 경험인지 살아있는 자들은 죽기 전엔 알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의 과정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헤일리 캠벨의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장의사, 연구나 교육용으로 기증되는 시신인 카데바의 해부 책임자, 대참사 현장의 희생자 신원 확인자, 범죄 현장의 특수청소부, 사산 전문 조산사, 데드마스크의 조각가와 사형 집행인. 캠벨은 이들의 일터를 찾아 죽은 자 곁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는 그 뒤처리를 해야 한다. 예를 갖춰 망자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대부분 꺼리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처에 죽음이 널려 있지만 이를 두려워하고 외면하는 심리를 언급하며 “우리는 근거로 삼을 만한 실체를 보지 못한 채 무서워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죽음, 모두에게 닥칠 노골적이고 평범한 현실을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영안실, 화장장, 해부실, 사산 병동 등을 찾아 그곳에서 목격한 죽음 이후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죽은 자에 대한 예를 다하려는 “죽음의 일꾼들” 이야기도 전한다. 사산된 아기를 받아 산모에게 아이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클레어, 해부 실습을 위해 분해된 시신들의 얼굴을 되돌리는 테리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에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란 부제가 붙었다.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묻힌 것들을 드러낸다. 죽음 후에 일어나는 일을 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기를 거부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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