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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NFT로 팔려고… 140억원짜리 프리다 칼로 그림 원본 소각, 경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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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소각되고 있는 프리다 칼로 그림. /프리다NFT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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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암호화폐 사업가가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이유로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가 일기장에 그렸던 1천만달러(약 143억원)짜리 그림을 불태워 논란이 됐다. 멕시코 당국은 “중요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30일(현지 시각) 멕시코 데일리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 업체 ‘프리다.NFT’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모바라크는 지난 7월 30일 프리다 칼로의 1944년작 채색 소묘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을 불태웠다. 모바라크는 “이 작품을 NFT로 바꾸면서 우리는 그녀의 삶을 불멸화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전통 예술과 디지털 예술 사이에 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소각 행위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모바라크의 저택에서 벌어졌다. 해당 모습이 담긴 영상은 지난달 ‘1천만 달러짜리 프리다 칼로 그림의 소각’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모바라크는 큼지막한 마티니 잔에 가로 23㎝, 세로 15㎝ 크기의 그림을 끼운 클립을 놓고 불을 붙였다. 작품은 금새 활활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재로 변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모바라크는 작품의 디지털 파일을 1만개의 ‘png’ 형식 NFT로 만들었다. 작품 앞, 뒷면 모두 디지털화됐다. 거래는 암호화폐로만 이뤄지며, 최근 시세로 약 4천달러(약 57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불사조가 잿더미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이 작품도 영원하게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각된 작품의 진위 여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매체 바이스닷컴은 “모바라크는 이 작품을 2015년에 개인 수집가로부터 사들였으며 멕시코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미술품 딜러 안드레스 시겔로부터 진품이라는 감정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주장도 잇따라 나왔다. 세계적인 라틴아메리카 미술품 딜러인 메리 앤 마틴은 “자신이 ‘불길한 유령들’을 판 것이 두 차례”라며 “2004년에 한 재단에, 그리고 2013년에 개인 수집가에게 이 작품을 팔았다. 그런데 마르틴 모바라크와 거래한 적은 없으며 이 사람의 이름도 지난주에야 처음 들었다”고 했다. 제임스 올스 미국 웰슬리대 미술과 선임강사는 “모바라크가 불태웠다는 그림의 진위에 대해 의견을 낼 수가 없다”며 “진짜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증거 자체를 모바라크가 없애 버렸다. 참 편리하다”고 비꼬았다.

멕시코 당국은 모바라크의 행위가 문화재를 보호하는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멕시코 연방법은 예술품 등 주요 문화재를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멕시코의 국립예술·문학원(INBAL)은 “원본을 파괴한 것인지, 복제품을 파괴한 것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중”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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