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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장 덮친 ‘니켈 대란’ 공포… 배터리 업계 “그 니켈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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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니켈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요동쳤다. ‘니켈 대란’ 우려가 확산하면서 지난 26일 니켈 광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TX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9.87%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다른 니켈 관련주인 황금에스티도 전 거래일보다 10% 오른 가격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04%)과 삼성SDI(-2.13%) 등 배터리 기업 주가는 하락했다.

니켈 대란 우려는 다소 진정됐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제 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배터리 업계에서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니켈 대란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니켈 대란 우려는 국내 비축 니켈량이 목표치의 70%에 불과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니켈은 정부의 ‘비축대상물자’로 지정된 소재다. 비축대상물자로 지정되면 조달청은 해당 물자를 하루 평균 사용량의 60일 치를 저장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조달청이 니켈 비축 목표의 70.8%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니켈 대란’ 우려가 확산됐다.

조선비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에 지은 니켈 광산.



니켈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거의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90%는 중국산이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의 추격을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로 대응하고 있다. 하이니켈은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70~90%까지 끌어올린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니켈 비중 40~50%인 미드니켈 배터리가 주류다. 향후 국내에서는 니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때마침 ‘니켈 대란’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조달청이 비축한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의 재료가 되는 일반 니켈로 배터리용 황산니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강은 철에 니켈과 크롬을 합금해 생산한다. 조달청이 비축한 니켈은 대부분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쓰인다.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황산니켈은 니켈을 황산에 용해하고 증발시켜 만든 무기 화합물이다.

황산니켈 역시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황산니켈 생산량 상위 10개 기업 중 7곳이 중국 업체다. 세계 3위인 일본 스미토모사도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현재 중국에서 황산니켈이 아닌 전구체를 수입하기 때문에 ‘니켈 대란’과 배터리 생산은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니켈, 코발트, 망간 화합물인 전구체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드는 재료다. 전구체 완성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황산니켈을 수입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는 전구체 약 91%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원가의 30%가량을 전구체가 차지하고 있어 배터리 판매가를 낮추려면 전구체 생산 단가를 최대한 내려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며 “최근 불거진 니켈 대란 우려와 배터리 기업은 연관이 없는데, 수급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니켈을 포함한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와 호주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발효한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생산한 배터리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내년에는 이 비율을 40% 이상으로, 2027년에는 80% 이상으로 맞춰야 온전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 함량을 90%까지 올린 울트라니켈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결국 황산니켈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맞는다. 울트라니켈 개발과 IRA 대응을 위해서라도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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