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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론 누그러질 때까지 스토킹 선고 미뤄달라" 전주환 뻔뻔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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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벌어진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구속된 전주환(31)이 29일 스토킹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전주환이 살인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과정에서 “징역 9년의 구형을 받은 게 다 피해자 탓이라는 원한에 사무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바로 그 재판이다. 불구속 재판을 받던 전주환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 직후 서울교통공사 사내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와 근무일정 등을 검색하는 범행 준비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안동범)는 검찰의 구형대로 전주환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스토킹 치료 및 40시간의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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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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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환 “선고 미뤄줄 수 있냐”



전주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모래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느린 걸음으로 서울서부지법 304호 법정에 들어왔다. 책상에 왼 주먹을 짚고 선 전주환은 선고가 시작되기 전 재판부를 향해 손을 들었다. 재판장은 양형사유 설명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전주환은 그대로 20초가량 손을 든 채 기다렸다. “한 말씀 올려도 되겠나”라며 입을 연 전주환은 “선고를 최대한 뒤로 미뤄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주환은 “아시겠지만 서울중앙지검에 (살인 혐의)사건이 있다”며 “사건 병합을 위한 것도 있고, 지금 국민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된 게 시간이 좀 지나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별도로 이 사건을 선고하는 게 “의미가 있다”며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전주환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과 상반되게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전주환의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숨진 점, 스토킹 관련 또 다른 범행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주환에게 적용된 혐의 중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는 징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성폭력처벌법 위반죄(불법촬영 혐의)의 법정형은 1년이상 유기징역이다.



350번 문자·연락에도…전주환 구속 안한 경찰·검찰·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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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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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고 전 재판부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피해자가 숨지는 황망한 결과가 발생해선 안 된다”며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등에선 전주환이 살인에 이르는 것을 막지 못한 데에는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소 후 줄곧 불구속 상태로 활보하던 전주환은 지난달 18일 구형 직후 범행을 결심하고 선고 예정일(지난 15일) 하루 전 피해자 A씨를 살해했다.

전주환의 스토킹 혐의는 가볍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1월~지난해 10월 A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보내며 협박하고, 350여 차례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4일 전주환을 고소했고, 경찰은 같은달 9일 그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은 첫 고소 후 한 달간 A씨에게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했지만, 이후 전주환의 추가 가해 시도가 파악되지 않았고 A씨가 보호 연장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종료했다. 이후 전주환이 합의를 종용하며 20여차례 SNS 메시지를 보내자 A씨는 지난 2월 13일 두 번째 고소했지만 이번엔 경찰이 아예 구속수사를 포기했다. 검찰 역시 지난 2월과 6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각각 재판에 넘겼을 뿐 징역 9년의 중형을 구형할 때까지 피해자와의 분리나 구속 필요성은 등한시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경찰관이나 검사는 직권으로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 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는 법원에 청구해야 하는 절차적 번거로움이 있을 뿐이다. 법원 또한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를 위해서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목숨을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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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시민들 남긴 추모 문구가 가득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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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과 검찰, 법원은 스토킹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토킹 행위자에겐 비합리성이란 특징이 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폭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살인을 포함한 폭력 가능성이 임박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씨의 전과 등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경찰·검찰·법원) 모두 이런 점을 무시한 게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9년이 선고될 정도로 죄질이 나쁜 사건인데 구속영장은 기각되고, 그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하다가 피해자는 숨졌다”며 “스토킹범죄 사건을 안이하게 보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스토킹 범죄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기에 피해자중심주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A씨의 고소를 대리했던 민고은 변호사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떠한 처벌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전주환은 이날 징역 9년이 선고된 재판과는 별도로 보복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될 예정이다. 검찰은 전주환에 대한 구속수사 기간을 내달 10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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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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