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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은 바보"…NYT, '우크라 침공' 러시아군 전화 감청 자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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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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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다 죽였지. 놔 주면 우리 위치가 발각되고 어차피 줄 음식도 없거든."

"TV를 가져갈까 하는데… LG가 좋을까, 삼성이 좋을까?" "그걸 어떻게 가져오려고?" "글쎄, 한번 생각해봐야지. 다른 애들은 침대만 한 것도 챙겼어."

"키이우를 점령한다고? 푸틴은 바보다. 우리는 아무리 해도 그렇게 할 방법이 없는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도 키이우 방면으로 진격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과 병참 문제에 부닥치자 키이우 북부 위성도시 부차시 등지에 진지를 구축하고 수개월간 머물렀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당시 러시아 병사들이 참호 속에서 지휘부 몰래 본국의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전쟁에 대한 환멸과 정부를 향한 불만 등을 털어놓은 은밀한 통화 내역 수천 건을 입수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병사들은 상관의 눈을 피해 몰래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이 통화 내용은 우크라이나의 정보당국에 의해 모조리 녹음되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 감청 자료를 입수하고서 거의 2개월간 전화번호와 소셜미디어 등을 교차 점검하며 신빙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니키타라는 한 병사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여기엔 시체가 길거리에 널려 있다"라며 "민간인 시체도 길에 있고 모든 것이 XX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길바닥에 (시신이) 있다고?"라고 놀란 듯 묻기도 했습니다.

그는 친구와의 통화에서는 병사들이 약탈을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훔치고 있다. 술은 있는 대로 다 찾아 먹었고 돈도 다 가져갔다. (병사들) 모두 다 이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병사는 우크라이나인의 가정에서 찾은 LG와 삼성 TV 가운데 어느 것을 고향에 가져갈지 진지하게 여자친구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그걸 어떻게 가져오려고 그러냐고 하자 "글쎄, 한번 생각해봐야지"라고 답한 뒤 "다른 사람들은 침대만 한 TV도 챙겨가더라"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병사는 일제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고 전하고 수화기 너머 여성과 낄낄거렸습니다.

일부 병사들은 가족 등과의 통화에서 훈련받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끌려왔다며 군 당국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병사 알렉세이는 여자친구에게 "상부에서 우리는 훈련을 할 거라고 했다. 이 나쁜 X들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얘기 안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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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사는 전쟁터로 출발하기 하루 전에서야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병사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주지 않고 자신을 전쟁터로 내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군 지휘부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습니다.

이런 말을 본국에서 했다면 경찰에 끌려갔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일리야는 자신의 애인에게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푸틴의 설명을 전해 듣자 그는 "큰 착각을 하고 있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알렉산드르는 "푸틴은 바보다. 키이우를 점령하려 하지만, 그렇게 할 방법이 없어"라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세르게이는 어머니와 통화에서 전쟁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며 "엄마, 이 전쟁은 지금까지 러시아가 내린 가장 멍청한 결정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한 병사는 누군가가 "군인들이 장비를 다 버리냐"고 묻자 "여기서 쓰는 모든 것이 다 옛날 것이다"라며 "장비는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요즘 것은 없다"라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말에서 드러난 사기 저하와 장비 부족 문제 등은 최근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에서 퇴각한 이유를 가늠케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부 접경지역 주민들은 병사들과의 통화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시신이 담긴 관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병사들은 계속 더 많은 관이 도착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병사들의 은밀한 통화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한 민간인 학살을 아무렇지 않게 실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세르게이는 여자친구에게 민간인들을 잡아 옷을 벗기고 숲에서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렇게 한 데 대해 그들을 놔줬을 때 자신들의 위치를 적군에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가 "너도 사람들을 쐈느냐"고 묻자 세르게이는 "물론 쐈지"라고 답했습니다.

왜 그들을 포로로 잡아두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러려면 그들에게 음식을 줘야 하는데, 우리도 부족해"라고 답했습니다.

세르게이는 여자친구와 통화한 지 수주일 뒤 어머니에게 "본부 주변 숲에 갔다가 민간인 복장의 시신 무더기를 봤다"라며 "생전 이렇게 바다처럼 많은 시신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끔찍한 상황에서도 일부 병사들은 전장에 계속 버티고 남아야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들이 받는 전투 수당은 하루 53달러, 우리 돈 약 8만 원 수준인데, 병사들의 고향에서 받는 평균 봉급의 3배 수준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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