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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호철문학상 수상 옌롄커 “작가의 예술·투쟁 정신 충만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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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판, 현실 참여, 예술적 시도 등 강조

한겨레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옌롄커 작가가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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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나의 책이) 출판이 되느냐 안 되느냐, 독자가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마음속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새 첫 외유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작가 옌롄커(64)가 28일 밝힌 소위 ‘작가론’이다. 이는 “코로나 3년 동안 특히 중국 농촌 인민의 삶이 한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다”는 설명과 맥락적으로 닿는다. “작가가 처한 처지에서 가장 진솔한” 증언이 필요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후보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문제적 작가로 호명되는 옌롄커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이하 이호철문학상·은평구 주관) 본상을 받고 “작가로서 영예를 뒤쫓기 위해서가 아닌, 문학 그 자체를 위한 순수한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부조리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인류의 보편적 사랑이며 이상적인 문학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만년의 삶을 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통일문학에 헌신해 온) 이호철문학상엔 작가의 예술, 투쟁 정신이 충만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받은 상 중 가장 기쁘다”고도 말했다.

옌롄커는 “전쟁이나 역병의 재난이 닥쳐왔을 때가 작가들이 기꺼이 ‘전사’나 ‘기자’가 되어야 할 때”(<한겨레> 2020년 3월 기고)라고 말할 만큼 작가의 현실참여적 구실을 강조해왔다. 당연한 결과지만 그의 체제비판적 작품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등은 중국에서 여전히 금서로 묶여있지만, 세계 2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됐고 작가는 2010년 이후 줄곧 맨부커상 후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며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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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옌롄커 작가가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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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상작가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옌롄커는 사회 비판과 작가적 소명을 거듭 강조했다. 시진핑 등 중국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엔 “답변할 수 없다”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대만, 우크라이나 등에서의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란다. 지금 정치가 지혜롭지 않아 보이는데 언젠간 지혜로운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홍콩과 베이징을 오가며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상을 받은 작품 <사서>는 국내 소개된 지 10년으로, 문화대혁명을 배경 삼은 액자식 구성이 도드라진다. 당시 중국에 ‘<사서>가 출간되면 중국이 진보한 것’이란 작가의 말을 상기시키며 “지난 10년 중국은 진보했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 앞서 언급한 ‘농촌 인민의 생활’인 셈이다. <사서>는 여전히 대륙서 출판되지 않고 있다. 옌롄커는 “대만과 홍콩에서 중국어로 출판되기 때문에 대륙의 미출판을 보완해준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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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작품 <사서>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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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표지.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듭 옌롄커는 거명되고 있다. 그는 두차례 이에 답변을 피하다 세번째 질문에서야 “이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65살이 된 이후 지금껏 소설보다 더 좋은 작품, 전세계 독자들이 읽은 적 없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 믿고 그런 노력을 하고 있고, 야심을 갖고 있다. 그 외 일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할 시간이 줄고 많이 남지 않은 데 대한 압박과 긴장은 (여러분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서>가 내게 굉장히 중요한 것은 대약진, 대기근 등의 소재뿐만 아니라, 언어, 구조, 신화에 대한 새 탐색 등 예술적 시도가 많아서다. 내용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그런 예술적 탐색에 대해서도 이해하며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날 옌롄커가 “인류의 기본·보편적인 가치를 창작의 주요 기제로 삼아 어떤 (국가와 체제적) 제재와 불이익에도 굴하지 않는 작가 정신을 갖춘 중국의 대표 소설가”로, 그의 작품 “<사서>는 문화혁명기의 인간군상을 다룬 대작으로, ‘문화’를 혁명한다는 이름으로 금지당하고 부정당했던 인민들의 기억과 기록을 문학적 언어로 복원하고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담겼다. 이호철 작가가 닿고자 했던 저항의 진실과 가장 부합하다는 점에서 본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장편소설 <시베리아의 이방인들>로 특별상은 받은 장마리(55) 작가는 “시베리아에서 직접 취재를 통해 상처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며 “(이번 수상을) 초심으로 돌아가 성실한 작가가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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