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심리 확산→시장 악화 악순환 끊기 총력
"보유액 확충하며 위기시 민간 대응여력도 높여"
"은행 및 비은행권 외화유동성 수준 양호"
"보유액, 외채 외 대외자산 등 종합적으로 봐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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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한 가운데 정부는 불안심리 확산 억제에 나섰다. 정부는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할때 외환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최후의 보루로 늘려온 한편, 민간 자체의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외자산 증가와 환오픈을 유도해왔다”며 “외환보유액과 외채 등의 지표뿐 아니라 이같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고 건전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대비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고 1440.1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1440원 돌파는 2009년 3월 16일 이후 13년 6개월만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 강화에 따른 ‘킹달러’ 현상으로 연일 환율이 치솟으면서 각국의 ‘역환율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불안 심리 확산이 다시 시장 상황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8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불 수준으로 작년말(4631억불)과 비교하면 6.1% 가량 줄었다. 김성욱 차관보는 “외환보유액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아울러 시장개입조치뿐 아니라, 외환보유액에 유로화, 엔화 등도 비중이 30~40% 가량 되는데 달러 가치만 오르는 상황에 따라 이같은 통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보유액이 줄어드는 부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의 90% 이상이 유가증권이고, 예치금은 4% 수준에 불과해 대응여력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도 맞지 않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8월 기준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면 유가증권이 90.5%, 예치금이 4.1%를 차지한다. 이외 SDR(특별인출권)이 3.3%, IMF 포지션이 1.1%다. 김 차관보는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외화자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즉각 쓸 수 있는 가용성이 있는 돈만을 이야기한다”며 “예치금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묶여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전체 규모가 4000억불이 넘는 상황에서 1%만 어림잡는다고 해도 5조원이 넘는 규모인데, 한푼 한푼이 소중한 국민 세금으로 정부 입장에선 안정성과 유동성을 지키면서도 일정 부분의 수익성은 거둬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상당 비중을 예치금으로 두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에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금융권의 외환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외화 순현금 유출액 대비 현금화가 쉬운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은행 외화 LCR은 8월 기준 123.7%다. 정부의 규제 수준인 8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상황에서 증권사 마진콜로 외화자금시장에 문제가 발생한데 따라 도입된 증권사나 보험사와 같은 비은행권의 외화유동성 모니터링 지표에 따르면 비은행권의 외화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 차관보는 “대형 증권 및 보험사에 대해서도 은행 LCR 규제에 준하는 제도를 도입해, 그 비율은 공개하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으로 정부가 방어하는 것에서 나아가, 금융권이 최소 한달은 우선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온 만큼 이같은 지표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 오면 이와 관련한 대응책이 마련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킹달러 현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 상황에서 최근 변동성이 더 확대되는 원인은 역외 세력이 아닌 국내 주체들 때문이라고 봤다. 지난 8월 비거주자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 규모가 60억 8000만 달러(잠정치)에 달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역외 세력이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단 지적이 나왔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단 설명이다.
김 차관보는 “외환수급 상황을 시간대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 환율 변동의 원인은 역외가 아닌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 수출입기업이나 국민들이 달러 투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은 아니고 시장의 일부 쏠림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기재부 1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며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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