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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장애인 고용의무 돈으로 때우는 기업들···정작 ‘최강 빌런’들은 명단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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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9일 비영리 단체의 공공 프로젝트에 중심의 이제석 광고연고소 관계자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기획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알리기” 캠페인을 위한 스티커를 붙인 서울역 계단으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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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로 매년 수백억대의 부담금을 내면서도 미달 업체 명단에서 빠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은 의무고용률 3.1%의 절반(1.55%)만 지켜도 명단공표에서 제외해주는 등 명단공표 기준이 낮아서다. 장애인의무고용의 경각심을 줘야 할 명단공표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 장애인고용부담금 상위 50개소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5년동안 고용률 1.55~1.59%를 오가며 가장 많은 부담금을 냈다. 삼성전자의 부담금은 2018년 141억7900만원에서 2021년 242억25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LG전자도 2017년 2.2%부터 2021년 2.3%등 의무고용률에 미달하면서 10위권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10위권에는 연세대학교 학교법인과 국민은행, SK하이닉스, LG전자,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대한항공, 삼성디스플레이, 홈플러스 등이 순서만 바꿔가며 고정되다시피 이름을 올렸다.

부담금은 의무고용해야 할 장애인 노동자의 수에 따라 책정된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이 책임져야 할 의무고용 일자리의 양과 연결된다. 대기업들의 부담금이 많은 것은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장애인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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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기간 실제로 공표된 ‘의무고용률 미달 업체 명단’에는 부담금 상위권 업체들이 상당수 빠져 있었다. 대한항공, 홈플러스, 신한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등은 있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등은 빠졌다.

사전공표 후 ‘1.55%’만 맞춰도 명단 제외


고용노동부는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률(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3.6%, 민간기업 3.1%) 미달 업체를 집계하지만 이를 다 공개하지는 않는다. 민간기업은 3.1%의 절반인 1.55%만 채워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불이행 해소 계획서를 내고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고용’ ‘통합고용지원서비스 신청’ ‘채용 전제 훈련’ ‘ 장애인고용공단 구인 신청을 통해 채용 진행’ 중 한 가지만 이행해도 명단에서 빠진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명단공표가 사전예고된 업체 중 연평균 616개 업체가 장애인의무고용률 미달에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명단공표 사전예고 대상 업체는 매년 1000~1200여개인데 절반 정도는 최종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다.

명단 제외 사유로는 ‘기준(3.1%의 절반인 1.55%) 달성’과 ‘통합고용지원서비스 신청’ ‘구인 신청’의 비중이 가장 많았다. ‘기준 달성’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업체는 2017년 199개에서 2018년 202개, 2019년 205개, 2020년 210개, 2021년 177개였다. 5년간 부담금 1위를 유지한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의무고용률 3.1%의 절반에 딱 맞춘 1.55~1.59% 수준이다.

‘통합고용지원서비스 신청’으로 명단공표에서 제외된 업체는 2017년 60개였다가 2019년 329개로 늘었고, 2021년 156개로 다시 떨어졌다. ‘구인 신청’도 2017년 179개, 2019년 129개, 2021년 189개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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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고용률과 명단공표 기준이 다른 점을 두고 노동부 관계자는 “3.1% 미만으로 명단을 공개하면 공개 대상이 너무 많아져 효과가 크지 않다”며 “현저하게 부족한 곳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개해 경각심을 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단공표 기준을 완화한 것 자체가 경각심을 낮춘다는 지적도 있다. 노 의원은 “아직도 장애인 고용에 대한 실질적 노력보다 그저 손쉽게 돈으로만 때우려 하는 기업 풍토가 만연해 있다”라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금전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다. 장애인 고용 의무 불이행 명단 공표시 별도로 부담금 납부 순위도 공표해 더 많은 기업들이 책임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청부터 대학·은행까지···이래도 되나요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 위반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노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서울·경기·인천·충북·충남·대전·강원·전북·전남·경북·대구·경남·부산교육청이 의무고용률 3.6%에 미달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이 의무고용 책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의 고용률은 2.64%로 30억6000만원의 부담금을 냈다. 교육부는 2.70%의 고용률로 23억3700만원을 물었다.

대학법인과 은행 등 공공성이 필요한 영역도 고용률이 0~1%에 머무는 등 의무고용 미달이 심각했다. 연세대는 2017~2021년 5년 중 최근 4년을 부담금 상위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연세대의 고용률은 1.18%로 부담금은 전체 2위인 51억8700만원이었다. 같은 해 일송학원(한림대)는 0.59%(부담금 30억3600만원·11위), 한양대 0.78%(21억3200만원·16위), 동국대 1.06%(13억3100만원·46위)였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1.33%(46억8100만원·2위)로 부담금을 가장 많이 냈고 신한은행(0.87%·44억6200만원), 우리은행(0.99%·42억2900만원), 하나은행(0.82%·40억3700만원) 등은 고용률이 0%대였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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