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디착한 순둥이 오빠, 왜 이렇게 됐는지 반드시 밝혀야"
5·18 행불자 유골 나온 옛 광주교도소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에서 유골로 발견된 5·18 행방불명자 염경선(당시 23세) 씨의 여동생 A(66) 씨는 28일 "42년간 오빠를 잊은 적이 없었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빠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며 "비록 유골로 찾은 것이지만 너무 좋고 반가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8남매 중 맏이였던 염씨와 2살 터울인 A씨는 염씨를 '든든한 오빠'로 기억했다.
A씨는 "굉장히 순한 성격에 바보처럼 착하디착한 오빠였다"며 "그런 오빠가 초등학생 시절 나를 놀리던 친구들을 혼내주는 모습이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일찌감치 광주에서 일을 시작한 염씨는 살갑지는 않지만, 가족들을 잘 챙겼다고 했다.
돈을 벌어 광주에서 화순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꼭 A씨를 불러 먹을 것을 사주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18살이 되던 해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서 오빠와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됐다.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하기 2~3년 전 서울로 찾아온 오빠를 잠시 만났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나중에서야 5·18 항쟁 기간 오빠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만 큰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는 것이 바빠 행방불명된 오빠를 발 벗고 찾아 나서지는 못했지만 42년이 흐른 지금까지 오빠를 잊은 적은 없다고 했다.
A씨는 "4~5년 전쯤 광주를 방문할 일이 있어 국립 5·18 민주묘지에 들렀다"며 "행방불명자 묘역에 사진도, 봉분도 없이 덩그러니 비석만 세워진 모습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5·18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았던 염씨의 경우 국립 5·18 민주묘지에 시신 없는 묘비가 세워져 있다.
A씨는 "어디 있는지 몰랐던 오빠를 유골이라도 찾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스물셋 청년이 왜 이렇게 됐는지 꼭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행방불명자 가족들도 유골이나마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유골의 유전자 분석을 하던 중 유골 1기가 A씨와 99.9% 확률로 혈연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교차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조사위는 신원을 확정하는 대로 사망 원인과 매장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무더기로 발견된 유골의 뼛조각 1천800개(262기) 가운데 A씨의 유골을 추려 유가족에게 인계할 계획이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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