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케일 GBTC,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35.48%
저조한 수익률에 비트코인ETF에 경쟁력까지 밀려나
일시적 차익거래 가능하지만, 디스카운트 해소 역부족
비트코인 랠리 이끈 큰손 부재에 코인시장에도 악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13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비트코인 간접투자상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플래그십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펀드의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펀드 주가가 역대 최대 수준의 디스카운트(할인)를 적용 받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 큰손으로 군림했던 GBTC의 이 같은 추락은 비트코인시장에도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27일(현지시간) 시장 데이터업체인 크립토랭크에 따르면 GBTC 주가가 펀드 순자산가치에 비해 무려 35.48%에 이르는 할인율(=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적용 받고 있다. 이는 2013년 펀드가 등장한 이후 가장 높은 할인율로, 최근 1년 간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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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TC는 초기에 투자자금을 모집한 뒤 추가 자금을 받지 않는 폐쇄형 펀드로, 이후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GBTC 주식을 사면 된다. 즉, 초기 투자자는 주로 만기까지 보유해 펀드 운용수익률을 받으면 되고, 새로 들어오려는 투자자는 펀드 가입 대신 GBTC 주식을 사서 펀드 수익률을 따라가는 주식값으로 투자수익을 누리면 된다.
단 문제는 펀드 자체의 운용수익에 따른 펀드 순자산가치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GBTC 주식의 가치(주가)가 다르게 매겨져 괴리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무려 35%가 넘어가고 있다는 건, GBTC 주가가 펀드 순자산가치보다 35% 이상 싸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우선은 펀드 출시 후 누적 수익률이 1만2400%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을 내곤 있지만, 최근 12개월 간엔 -57.06%, 올 들어 지금까지는 -60.14%, 최근 3개월 간 -8.90%로 갈수록 수익률이 부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론 무엇보다 경쟁상품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선물 외에 현물 ETF는 출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지만, 캐나다와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에선 올 초부터 비트코인 ETF이 상장돼 있다.
펀드 순자산가치(초록색)에 비해 주가(회색)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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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트코인 ETF는 개별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수수료가 아주 싼 반면 GBTC는 연 2%에 이르는 운용 보수를 물리고 있다. 또 거래의 편의성이나 비트코인 시세 반영의 즉각성에서도 ETF가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GBTC 주식 투자 매력도 그 만큼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GBTC도 기존 트러스트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에 승인 신청서를 내놓은 상태지만, SEC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순자산가치와 주가 간의 가격 괴리를 노린 투기적인 주식 매수세가 유입될 순 있겠지만, 이는 본질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결국 트러스트를 ETF로 전환하거나, 다시 가상자산시장 붐이 일어나지 않는 한 GBTC가 지금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급반전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시장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들 알다시피, GBTC는 현재 비트코인을 63만5000BTC나 보유해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3.32%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펀드다.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121억달러(원화 약 17조4070억원)에 이르는 큰손 중의 큰손이다.
이런 큰손의 영향력이 뚝 떨어졌으니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사 줄 수 있는 유력 매수주체가 사라진 것과 다름 없다. 실제 과거 GBTC의 운용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추이와 비트코인 가격 상승 추이가 거의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는 점만 봐도 우려할 수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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