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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푸틴, 특별군사작전서 전쟁 전환...격렬한 장기戰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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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합병에 우크라戰 새 국면

편입 영토 방어 차원 핵무기 사용 공언

서방은 ‘가짜투표’ 규정 추가제재 모색

젤렌스키 “조작 선거”...탈환 공세 고삐

美, 안보리 차원 주민투표 규탄 결의안

우크라에 11억弗 규모 추가 군사지원

헤럴드경제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한 투표소에서 관리들이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에 대한 개표를 진행하기 위해 투표함을 쏟고 있다.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건립을 선포하고 관할 중인 도네츠크주에서 실시된 주민투표에선 찬성률이 99.23%에 이르렀다(위쪽 사진).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4개주(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된 가운데,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건립을 선포하고 관할 중인 루한스크 시내 한 아파트 창가에 러시아 국기가 내걸리고 있다. [타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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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결국 자신들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땅을 본국 영토로 편입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격화되고 장기전 양상의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지금껏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특별 군사 작전’을 펼쳐왔던 러시아가 앞으로는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역시 영토 탈환 공세에 고삐를 죄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전쟁은 치열한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방은 이번 주민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모색 중이다. 여기에 미국은 주민투표 종료와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11억달러(약 1조57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하면서 양측의 갈등 양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 “영토 보호에 핵 사용 가능” vs 우크라 “국민 보호 위해 행동할 것”=이번 투표를 통한 영토 합병은 최근 수세에 몰린 것으로 평가되는 러시아가 내놓을 초강경 대응의 첫 단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모든 자위력을 쓸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 원칙을 천명한 데서 이 같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국가와 국민 방어를 위해 분명히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27일도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4개(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점령지에 대한 영토 편입을 통해 자원 동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단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이 벌써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일련의 상황과 무관하게 영토 탈환을 위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 텔레그램에 올린 연설 영상에서 “점령된 영토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는 짝퉁 주민투표로도 불릴 수 없을 정도의 조작된 것”이라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은 푸틴과 더는 대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점령된 지역과 크름반도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對러 추가 제재...병합 막을 실질적 방안은 無=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강행 조치에 서방은 비판 수위를 높이며 추가 제재를 공언하고 있다.

우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의 점령지 주민투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는 “가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당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인 만큼, 미국이 제출할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의 장쥔 대사는 이날 “모든 나라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대립과 정치적 고립, 제재는 오직 막다른 길로 향할 뿐”이라며 서방과 온도차를 보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트위터에 “주민투표는 가짜”라며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대(對)러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측은 주민투표에 뚜렷하게 관계한 개인들을 다음 제재 패키지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피점령지 투표에 협력한 지역 고위 인사들과 투표 홍보 대행사, 보안 문서 관리 회사들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실제로 합병할 경우 새로운 제재를 할 예정이다.

11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대 시스템, 군수품,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강제 편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 뚜렷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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