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망자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삶과 죽음의 의미 다룬 에세이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출간

연합뉴스

화장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부검 전문가, 시신 방부처리사, 화장장 기사, 사형 집행인…. 모두 죽음과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죽음을 외면하며 살아갈 때 그들은 매일매일 죽음의 실체를 마주한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디자인하우스)와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시공사)은 모두 망자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는 25년간 4천구 넘는 시신을 다룬 독일 부검 전문가 프로일라인 토트가 쓴 책이다.

독일 뮌헨 공대 병리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고인과 유족을 돌본 아름답고도 유용한 경험을 책에 풀어놓았다.

부검실에는 매일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도착한다. 수술 중에 죽은 말기 암 환자, 출산 몇 주를 앞두고 유산된 태아,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등 다양하다.

저자는 이들을 해부해 사인을 밝힌 후 시신을 다시 꿰매고 부검실을 깨끗이 청소하며 일과를 마무리한다.

부검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각적·청각적·후각적으로 거슬리며 때로는 충격적인 일이 현장에서 벌어진다.

톱과 망치, 칼 등 날카롭고 묵직한 도구들이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많게는 6ℓ의 피가 바닥에 쏟아지기도 한다.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불쾌한 냄새를 막고자 입과 코에 스카프를 두르는 행위는 망자에 대한 모독이다. 사적 대화를 나누고 웃는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저자는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어렵지만 삶을 성숙한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그는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이 삶, 매일 다른 시신이 도착하는 성스러운 공간이 있는 이 삶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죽음과 함께 사는 삶을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디자인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은 미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헤일리 캠벨이 장의사, 특수 청소부, 사산 전문 조산사 등 죽은 자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에세이다.

저자는 영안실, 해부실, 사산 병동, 화장장,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등을 방문해 베일에 가려진 그곳 이야기를 전해준다.

산모의 뱃속에서 이미 죽었거나 태어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기를 받는 조산사 클레어,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기부되는 시신을 다루는 테리, 부패한 시신 처리를 놓고 고심하는 장의사 포피와 방부처리사 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울러 저자는 책에서 죽음의 과정을 가감 없이 전한다.

죽은 시신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길가에서 시신을 거둬들이고, 부검하고, 방부처리하고, 수의를 입혀 화장하는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한 분업 체제 아래 이루어진다.

저자는 죽음을 처리하는 일은 그저 업계에 연결된 사람들이 각자 자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일련의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시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이덕임 옮김. 284쪽. 1만5천원.

▲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서미나 옮김. 400쪽. 2만2천원.

buff2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