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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령 아파트가 내 집"...부동산 거품 붕괴에 중국인 눈물도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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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유동성 위기에 전국서 아파트 공사 중단
정부 일시적 대출 공급 등 비상대책도 안 먹혀
중국 경기 잠재적 뇌관...올해 성장률 2.8%대로 하향

한국일보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시의 한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구이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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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시의 쉬모(55)씨는 전기도, 가스도 공급되지 않는 빈 아파트에 살고 있다. 벽면에 도배는커녕 전기 제품을 연결할 콘센트 구멍도 없었다.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매일 같이 무거운 물통을 들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유령의 집'이나 다를 바 없는 이 아파트는 쉬모씨가 3년 전 42만 위안(약 8,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분양받았다. 하지만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로 부도를 맞으며 공사가 1년 만에 중단됐다. 빚으로 분양대금을 마련한 쉬모씨는 갈 곳이 없어졌고, 결국 짓다 만 아파트에 들어가 살게 됐다.

중국 전역서 200만 채 미완공 방치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쉬모씨처럼 완공되지 못한 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중국 부동산 개발 사업은 현재 총체적 난국 상태다. 중국 경제 고속 성장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돈줄이 막히자, 공사를 한꺼번에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입주 예정자들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도 연쇄 충격을 주고 있다. 그나마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낫지만 쉬모씨처럼 방법이 없는 사람은 짓다 만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처럼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주택 규모가 중국 전역에 200만 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부동산 위기에 경제성장 전망치 2.8% 추락


빚을 내 분양 대금을 치렀지만, 제대로 된 아파트를 받지 못한 중국인들의 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도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부동산담보대출 상환 거부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지난달 100개 도시의 320곳에서 이달 119개 도시의 342곳으로 늘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자금난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특별 대출 등을 허용하는 등 비상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부동산 부실 대출 규모가 너무 커,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로는 급한 불을 끄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실 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중국의 부동산 문제를 중국 경제의 잠재적 뇌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대출금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이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지방정부나 금융기관 부실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수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 5.0%에서 무려 2.2% 낮아진 것이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5.3%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주석의 코로나19 제로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붕괴 등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 뒤처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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