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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시진핑 가택연금설’…당대회 앞두고 루머 확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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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근거없는 쿠데타설 확대 재생산

파룬궁 인사들 ‘소문 진원지’로 지목

“불투명한 시스템, 소문 확산 부추겨”

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택연금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는 보도를 트위터에 공유한 파룬궁 계열 매체 에포크타임스 계정.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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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이 가택연금 됐다.’ ‘중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지난 주말 트위터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중국에 관한 루머가 빠르게 확산됐다. 쿠데타가 일어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에는 인민해방군 군용 차량이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도 유포됐다. 이어 중국 국내선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되고 베이징을 오가는 열차와 버스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는 소문이 더해지며 루머는 확대 재생산됐다.

시 주석이 지난 14~16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났을 때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이 당내 원로들을 설득해 지도부를 호위하는 중앙경위국을 장악했고 시 주석은 귀국하는 공항에서 붙잡혀 가택 연금됐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군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서 축출됐으며 리차오밍(李橋銘)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사령관이 후임자로 내정됐다는 설도 더해졌다.

이 같은 소문은 시 주석이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더욱 확산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인도 매체 등 일부 외신도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는 루머의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문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실제 시진핑 실각설이나 쿠데타설의 근거로 제시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방역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방역 정책 상 지도부도 예외없이 해외 방문 후에는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일정한 격리 기간을 거친다. 현재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 10일간 격리 기간을 적용한다. 또 인도 매체 더 트리뷴은 26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오픈소스 정보 분석가들을 인용해 온라인 상에서 떠돈 중국 군대의 이동과 베이징에서의 폭발, 항공기 결항설 등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누군가 항공기 결항을 보여주는 가짜 그래픽을 만들어 유포했고 2015년 톈진(天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영상을 현재 베이징의 상황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으며 군의 이동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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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인민해방군 군용 차량이 베이징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와 있다.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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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확산된 루머의 진원지는 주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은 파룬궁 관련 인사들로 지목된다. 실제 트위터상의 루머 확산에는 파룬궁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제니퍼 쩡이라는 인물의 트윗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23일 중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60% 가까운 항공편이 결항됐다거나 인민해방군 군용 차량이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으며 시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서 해임된 후 체포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어 25일에도 시 주석이 가택 연금됐다는 추측이 나온다는 파룬궁 계열 반중 매체 에포크타임스의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이런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된 배경에 주목한다.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차근히 장기집권 기반을 다져 온 상황에서 언뜻 봐도 근거가 부족한 소문이 사실처럼 퍼져나간 데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불투명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다음달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일부 지도부를 개편할 예정이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정리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지도부 개편 과정 등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원은 가디언에 “파룬궁 언론은 보도에서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하거나 과장하는데 이번에 그들의 주장이 갑자기 주류를 차지했다”며 “그런 소문이 퍼지고 그럴듯하게 여겨졌다는 사실은 불투명성과 후계 구도의 불확실성 등 중국 통치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빌 비숍 ‘시노시즘’ 뉴스레터 발행인도 “루머가 허튼 소리로 여겨짐에도 중국 공산당의 불투명한 메커니즘 때문에 소문이 쉽게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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