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Fdl’ 멜로니 승리
‘여자 무솔리니’ 정치인 꼬리표
집회서 파시스트 슬로건도 외쳐
극우 주축 우파연합 41∼45% 득표
새 총리 후보 10월 27일 지명될 듯
反 EU·反 이민 등 극우노선 추구
‘탈퇴 철회·러 제재 유지’ 밝혔지만
“결국엔 극우본색 드러낼 것” 분석
英 브렉시트 이후 최대 위기 맞아
"감사합니다"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6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선언 후 로마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감사합니다 이탈리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이자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 이래 100년 만의 극우 집권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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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 조르자 멜로니(45)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오전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부활이 준비됐다”며 “유권자 믿음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치러진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44%를 득표해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인 40%를 넘겼다.
우파연합은 Fdl을 포함해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극우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인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등으로 구성됐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개표 막바지 기준 Fdl은 26.2%, 동맹은 8.9%, FI는 8%를 득표했다. 우파연합 최대 지분을 가진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이자 1922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래 100년 만의 극우 집권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새 국회의 개원일은 10월 13일이며, 새 총리 후보는 10월 27일께 지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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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대표에게는 ‘여자 무솔리니’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무솔리니 시절 파시스트들이 주로 쓴 슬로건 ‘신, 조국, 가족’을 2019년 집회에서 외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파시스트의 부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파시스트 슬로건이 아닌 아름다운 사랑의 선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멜로니 대표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중시한다. 1.2명대인 이탈리아 합계출산율을 독일(1.5명), 프랑스(1.8명)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상보육, 대가족 감세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반면 동성 커플의 입양에 강하게 반대하는 등 동성애에는 부정적이다. 멜로니 정권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대폭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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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이민도 대표 정책이다. 이번 총선에서 Fdl은 국경 장벽을 높이고, 난민의 유입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부모가 외국인일 경우엔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정책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멜로니 대표는 극우 색채를 희석하는 데 주력했다. EU 탈퇴를 철회하고, 대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무솔리니 평가에 대해서도 “젊은 시절에는 무솔리니가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가 이탈리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이런 변신에도 결국 극우 본색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권운동가인 페데리카 롬바르디는 뉴욕타임스(NYT)에 “멜로니 대표가 본래 공약에서 후퇴한 것은 정치적인 포지셔닝일 뿐”이라며 “그런 시도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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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회원국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갈등 상황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와 함께 G7 일원이자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핵심국인 이탈리아가 대외 노선에서 극우·친러 노선을 전개할 경우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서방엔 헝가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총선 결과를 겨냥해 “불확실성이 클 때는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포퓰리즘은 결국 재앙으로 끝난다”고 밝혔다.
우파연합 일원인 살비니 대표는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했고, 최근에는 대러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파연합과 경쟁 관계인 중도좌파연합의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는 워싱턴포스트(WP)에 “EU 주요 국가 중 친EU가 아닌 인물이 지도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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