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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탈리아 첫 여성 극우 총리 등장…유럽 흔드는 정치 지형에 국제사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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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형제들, 득표율 26%로 조기 총선서 1위
우파연합 상하원 과반 의석 확보
멜로니,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지도자
러시아 대처 놓고 EU·나토 분열 초래 위험


이투데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26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를 선언하며 기뻐하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극우 성향의 첫 여성 총리 탄생이 임박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 결과 극우 세력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극우가 주류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제사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이 득표율 26%(추정)로 1위를 차지했다. 멜로니는 26일 오전 “많은 이에게 지난 밤은 자부심이자 구원의 시간이었다”며 “이탈리아인들이 우리를 택했다. 내일부터 우리의 가치를 보여줄 것이며 결코 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기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이탈리아형제들과 포르차, 레가, 오스모더레이츠 등 우파 연합의 총 득표율은 44%로, 내각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40%를 웃돌았다.

반면 중도좌파 진영인 민주당은 19%, 오성운동은 1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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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이탈리아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극우 지도자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총선 후 20일 이내 의회를 소집하고 대통령이 각 당 대표자들과 협의해 총리 후보를 결정한다. 통상 총선 결과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된다.

이탈리아형제들 대표인 멜로니는 뼛속까지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파시스트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의 지도이념을 계승한 ‘포스트 파시스트 운동’ 핵심 세력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멜라니의 극우적 색채는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전쟁 여파로 이탈리아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탈리아의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0% 상승해 7월의 8.4%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극우 세력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최대한 활용해 지지세를 불렸다. 만성적인 부채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공지출 확대, 대대적 감세를 앞세웠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혼란의 시기, 정권에 대한 불만과 포퓰리즘 정책이 결합해 극우 정당들이 약진했다.

이탈리아형제들은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때 유일하게 내각에 참가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은 점도 표심을 모았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극심한 정치·경제위기 속에 등판한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석 달 전 사임을 발표하면서 실시됐다. 드라기 전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신뢰가 두터웠으나 고물가에 정권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치 생명이 위기에 내몰렸다. 최대정당인 오성운동이 끝내 내각불신임 의사를 표시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변방에 머물던 극우 세력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 정치권의 주류에 진입하면서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지난 6월 총선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지난 11일 스웨덴 총선에서는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가 넘는 득표율로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유럽을 휩쓴 극우 바람에 당장 서방의 대러시아 대오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경우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탈리아 우파 연합의 두 축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는 인사들로, EU의 대러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투데이/김서영 기자 (0jung2@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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