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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러시아 상·하원 의장, 동원령 반발에 '안절부절'…푸틴은 주말 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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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군 동원령에 대한 반발이 커져 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지난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밝혔던 "예비군 등 군 경험자 30만 명"이라는 기준과는 상관 없이 일부 지역에서는 마구잡이로 징집 대상이 통보되는 한편, 경제계의 반발로 일부 고학력 직장인들은 동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민심이 동요할 만한 일들이 속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군사 동원령을 내리자 지난 7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큰 동요가 없었던 러시아 내에서 일부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국 32개 지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이어져 70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돼 동원령 발표 이후 20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핀란드, 조지아 등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없는 인근 국가로 동원 가능 연령대의 러시아 남성들이 차와 비행기 등을 통해 도망치는 일도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차로 이동할 수 있는 핀란드 국경엔 500미터 넘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4일 핀란드로 입국한 러시아인이 8572명으로 전주에 비해 3000명 이상 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상하원 의장이 25일 동원령과 관련해 민심을 수습하려 했다. 당초 정부가 밝혔던 것과 달리 병역 미필자들도 대거 징집 대상 통지를 받고 이런 사실들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되자 "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주지사 등 지역 관료들에게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푸틴의 강력한 충성 세력인 이들이 군 동원령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직접적인 책임은 지역 관료들에게 물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푸틴의 결정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민심의 동요가 크다는 정치적 판단인 셈이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상원 의장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부적격 남성에 대한 소집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과잉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집 시행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지역 주지사들에게 "부분적인 동원 실행이 제시된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도록 보장하라"고 썼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의 뱌체슬라프 볼로딘 의장도 별도의 글을 통해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실수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수준의 당국은 그들의 책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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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현지시간) 푸틴의 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와 이를 막기 위한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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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중산층은 징집 면제, 소수민족·우크라이나 점령지는 무더기 징집 우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동원령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IT·통신분야 등에 종사하는 이들은 전쟁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처럼 고소득의 화이트칼라들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 가운데, 소수민족 지역 등 농촌에서는 군복무 경험이 없는 민간인들도 무더기로 징집되고 있다. 러시아 극동 몽골 접경지역인 부랴트공화국에는 동원령이 내려진 지 불과 24시간 만에 3000건 이상의 징집 통지서가 배포됐으며, 이들 중에는 대학생 등 군복무 경험이 없는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침공 이래로 점령한 지역의 우크라이나인들도 동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임신 군행정부가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에서 18-35세 남성의 도시 밖 통행을 금지한 것에 대해 "병합 즉시 이 지역 청년들의 러시아군 동원을 위한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5일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은 주민들에게 가짜 국민투표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고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감옥에 내던진다"면서 "그들은 동원령을 발표했고, 점령지 영토 주민들에게 싸울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점령한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에서 러시아 영토 편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 중이다.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던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군인들을 앞세워 강제로 진행되는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할 경우 해당 지역을 자국 영토로 선언하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를 명분으로 거꾸로 이 지역을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대해 러시아 영토를 침략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또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이 지역 남성들을 징집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싸우라고 할 수도 있다.

"푸틴은 주말새 별장으로 이동해 휴식 중"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 주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간 지점인 발다이 호수 인근 자신의 비밀 별장으로 이동했다고 러시아 독립언론인 파리다 루사모바가 밝혔다.

루사모바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푸틴은 숲속에 위치한 호화로운 복합시설에서 몸과 영혼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고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푸틴의 비밀 재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투옥된 러시아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에 따르면, 그 별장은 푸틴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이들은 이 별장이 푸틴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억만장자인 유리 코발추크 소유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푸틴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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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현재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별장. ⓒNavalny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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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러시아 핵무기 사용 가능성 매우 심각"

러시아의 동원령은 그만큼 러시아가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비공개로 직접적으로 러시아 측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접촉 대상이나 시기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도 최근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해서 미국의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푸틴이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위협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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