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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덕특구를 가다] ④ 원자력연구원 '기술 도입국에서 공급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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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기술 자립 목표로 1959년 국내 최초 설립 과학기술 연구기관

설립 50년 만에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 시스템 일괄수출 '성과'

연합뉴스

대덕특구 전경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1973년 서울 홍릉의 연구단지를 대체할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대전 유성구·대덕구 일원 67.8㎢ 면적에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조성됐습니다. 내년이면 출범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는 현재 30여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295개 연구소기업, 1천여개 벤처·중견기업, 다수 대학이 포진해 매년 수만개의 미래형 연구 결과물을 쏟아내는 국내 최대 원천기술 공급지로 성장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 가운데 핵심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10곳을 선정해 역사와 연구 성과, 중점 연구 분야 등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한 곳씩 10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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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2009년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 시스템을 일괄 수출한 것은 대한민국이 원자력기술 도입국에서 공급국으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26일 연합뉴스에 개원 이후 최대 성과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수출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계약 금액만 1억6천100만달러에 달하는 JRTR 사업은 국내 최초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 사례로, 이는 원자력 기술 도입 50년 만에 이뤄낸 눈부신 성과로 꼽힌다. 요르단 최초 원자력 시설이자 아라비아반도 내 첫 연구로이다.

사업 착수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건설과 시운전을 마치고 요르단에 인도된 JRTR은 요르단의 중성자 과학기술 핵심 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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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내부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7년 요르단은 최초로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해 자국 대학병원 공급에 성공했다.

이 원자로는 이후 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과학연구를 위한 중동지역 거점 시설로 자리 잡았다.

박 원장은 "JRTR 수출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연구용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학회 등을 통해 대한민국 연구용 원자로 기술이 더욱 주목받게 됐고, 태국·방글라데시·네덜란드 등으로 연구로 기술 수출이 이어지면서 원자력 강국의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전뿐만 아니라 차세대 원자로 개발, 가동 원전과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을 강화하는 기술, 고부가가치 방사선 융합기술 모두에서 주목받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력의 근원이 바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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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5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현재 1천800여명이 근무 중인 원자력연구원의 올해 예산은 5천912억원이다.

전쟁 끝에 모든 것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머리에서 나는 에너지'라는 원자력 에너지·원자력 기술에 희망을 걸고 설립됐다.

선진국 기술인 원자력 기술을 완전 국산화해 자립하는 것이 초창기 연구원의 목표였다.

그 첫 번째 사례가 원자력 연구개발의 기본 연구 장비인 연구용 원자로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설립 초기인 1962년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A)사에서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2'(TRIGA MARK-II)를 공급받아 연구용 원자로 1호기로 삼았다.

30년이 지난 1995년 연구원은 설계부터 건설까지 자체 기술만으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완성했다.

그 14년 후인 2009년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싸고 안전한 전기를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발전의 자립을 위해 원전에서 사용하는 핵연료 국산화(1988년)에 이어 1996년에는 한국표준형원전을 자력으로 설계했다.

한국표준형원전이 바로 OPR1000이다.

1990년대 후반 건설된 한울 3·4호기를 시작으로 한울 5·6호기와 한빛 5·6호기의 노형이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우리나라 원전의 경제성·안전성을 알리게 된 모델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역시 OPR1000을 개량한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가장 주목받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원자로가 소형모듈 원자로(SMR)인데,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손꼽히는 곳 역시 원자력연구원이다.

전기 출력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작은 원전인 SMR은 대폭 강화된 안전성과 함께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경제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하거나 극지나 오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폭넓은 유용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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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경수형 소형모듈원자로 스마트(SMART)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자력연구원은 2012년 세계 최초로 경수형 SMR인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독자 개발했다.

SMART는 소규모 전력 생산, 해수 담수화 시장을 겨냥한 소형 일체형 원자로이다.

일체형 원자로는 원전을 구성하는 주요 기기들을 하나의 모듈 내로 합쳐서 대형사고 가능성을 원천 제거했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SMART는 SMR 중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표준설계인가는 원전을 건설하기 전 규제기관으로부터 설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상용화의 첫걸음이다.

SMR 분야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가장 앞서있다고 이야기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SMART 기술력을 기반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대폭 강화한 혁신형 SMR인 i-SMR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향후 원자력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미래 원자력 기술을 개척하기 위한 추진 기반도 다지고 있다.

2021년 경주 감포에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그 핵심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서는 원전 안전 혁신 기술, 방폐물 안전 관리 및 원전 해체 기술, SMR 등 미래 혁신 원자력 시스템의 핵심 기술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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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8월에는 아시아 유일의 동위원소 생산 전용 시설인 수출용 신형연구로를 부산 기장에 착공했다. 국민 건강과 첨단 산업의 핵심 요소인 방사성동위원소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수출하는 한편, 연구용 원자로 기술 개발을 통해 JRTR을 잇는 수출의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타기술 영역과 융합을 통해 원자력 기술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원전의 이상 상태를 신속·정확하게 진단해 고장을 미리 방지하는 지능형 고장진단 기술, 딥러닝(기계 자체 학습) 기반 사고 예측 기술, 차세대 원자로와 초소형 원전을 위한 3차원(3D) 프린팅 제조 기술과 지능형 드론 무력화 통합 시스템 등 미래를 대비하는 혁신 원자력 시스템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박원석 원장은 "국민이 안심하고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난 6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미래 원자력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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