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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만 의식했나…중국, 러시아 주민투표 관련 '영토보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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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러 지지가 대만독립 반대 명분 희석할 가능성 우려하는 듯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뉴욕서 열린 중우크라 외교장관회담
(신화=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지역을 러시아로 합병하기 위한 러시아 주도의 주민투표와 관련해 중국이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강조해 주목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쟁 발발 이후 처음 가진 대면 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밝힌 내용이라며 이른바 '네 가지 응당(마땅히 해야 함)'을 거론했다.

왕 부장이 우크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가장 권위 있는 입장이라고 소개한 '네 가지 응당' 중 첫 번째로 거론한 것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 존중'이다.

또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준수, 각 측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 평화적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에 대한 지지 등이 포함된다.

네 가지 전부 우크라이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권 존중과 유엔 헌장 준수 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는 듯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 입장을 배려하는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네 가지 응당'을 표명한 시기가 러시아 주도의 주민투표 개시(23일) 직전이란 점 등을 중국 관영매체가 부각한 사실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왕이 부장이 주민투표 시작 하루 전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쿨레바 장관에게 분명히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추이헝 화둥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강조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2014년 크림 반도(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항상 영토 완전성과 주권에 대한 원칙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기류를 반영하는 이 관영매체 보도는 맥락상 왕 부장이 쿨레바 장관과의 회담 때 '네 가지 응당' 중 주권 및 영토 완전성 존중을 특히 강조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이 크림 병합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편을 온전히 들어주지 않고, 기권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주민투표가 러시아로의 병합으로 귀결되더라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그동안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대러 비판과 제재에 반대하며 '명목상 중립·실질적 친러'라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중국의 이번 행보는 눈길을 끈다.

물론 지금도 중국은 주민투표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서방처럼 직접적으로 러시아를 비판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더 강조하는 듯했던 전쟁 초기와 달리, 최근 우크라이나 측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이번 주민투표가 대만, 신장, 티베트 문제에 줄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만이 투표를 통해 독립을 시도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함의와 함께, 신장이나 티베트에 대해서도 외부 세력과 결탁한 분리 시도를 결단코 반대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1일 보렐 EU외교안보대표 만난 왕이(우)
(신화=연합뉴스)


러시아와 연결된 우크라 동·남부 일부 지역의 이탈을 지지하거나 용인할 경우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는 대만 문제에서 '독립 반대'에 대한 명분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인식일 수 있어 보인다.

앞서 왕이 부장은 21일(현지시간)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가진 회담에선 "우크라이나 상황이 확대·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부정적 파급효과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중국이 보고 싶어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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