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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요즘 하늘 본 적 있나요? 하늘을 보면 날씨가 정말 좋아서 "친구들과 야외에서 놀기 딱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런데 독자 여러분들은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편인가요? 자주 만나는 친구는 얼마나 있나요? 갑자기 친구 이야기를 꺼낸 건 다름이 아니라 오늘 레터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싸, 아싸라는 단어도 그렇고... 혼밥, 혼술, 혼영같이 혼자 생활하는 걸 지칭하는 단어들도 많이 쓰고 있잖아요. 언어는 그 사회에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최근 우리 사회가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레터에선 관계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혹시 최근에 외롭다고 느낀 적 있나요?
고독의 시대, 외로움 장관을 탄생시키다
독자 여러분 혹시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즐겨보나요? <나 혼자 산다>가 처음 시작한 때가 2013년이니까 어느새 10년 가까이 됐더라고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2013년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에 작성한 소개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 시대! 이제는 1인 가구가 대세!"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요?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20년 통계청 데이터를 살펴보면 1인 가구는 664만 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나 홀로 살고 있죠.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오늘날 홀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고독의 시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요즘이지만, 참 아이러니한 건 기술 발달 때문에 어느 때보다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SNS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죠. SNS를 이용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고립감을 느끼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참여 빈도가 높은 사람이 외로움의 체감 빈도가 높게 조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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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닥쳐온 코로나19까지. 전 세계 국가들이 나서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외쳤습니다. 감염된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분리해서 접촉을 차단하고,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어요. 코로나19의 전파를 늦추기 위한 이런 시도는 당연히 필요했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크게 바뀌었죠.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환경이 도래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잦아들었지만 판데믹 이후 우리들의 삶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혹시 외로움 장관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2018년 1월, 영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외로움 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립했습니다. 복지 문제를 다루는 보건복지부, 환경 정책을 담당하는 환경부처럼 우울증과 고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설립한 겁니다.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로 생각한 거죠. 영국뿐만이 아닙니다. 작년 2월 일본에서도 고독 장관을 만들었어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고독사와 자살이 늘어나자 영국처럼 국가가 나서겠다는 선택을 한 겁니다. 고독과 외로움에 방치된 사람들을 국가의 책임 하에 두고 지원하겠다는 영국과 일본.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친구 만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년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생활시간조사. 생활시간조사는 1999년 처음 시작해서 2019년까지 모두 5번의 조사가 이뤄졌어요. 마치 어렸을 때 하루 시간표를 짜는 것처럼 24시간에 대해 언제 잠을 자고, 얼마만큼 일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갖는지 세세하게 알아보는 조사입니다. 이 생활시간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친구들과의 만남에 시간을 투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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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첫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교제활동에 쓰는 시간은 51분으로 조사됐어요. 2009년 조사 땐 50분 밑으로 떨어졌고, 2019년엔 40분 선까지 뚫어버렸죠. 사회적 교류에 쓰는 시간이 조사 때마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어떤 시간이 늘어난 걸까요? 바로 수면시간과 개인 유지 시간. 다른 사람과 만나서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대신, 나에게 시간을 더 쓰고 있는 게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른 데이터로도 살펴볼게요. 이번엔 2년마다 조사하고 있는 사회조사 데이터입니다. "내가 힘들 때 이야기 상대가 되어줄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그런 가까운 친구가 없다는 응답을 한 사람이 최근 7번의 조사 중에 가장 높아요. 2009년 조사에서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18.7%였는데 2021년엔 20.4%로 늘어났죠.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물어본 질문도 비슷합니다. 그런 친구가 없다는 응답이 2009년엔 23.4%였는데 작년 조사 때엔 27.2%로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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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 가까운 친구가 없다는 사람이 전체의 20%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요? 비교하기 쉽게 OECD 자료를 가져와봤습니다. OECD의 <How's Life> 보고서를 보면 주요 국가별로 삶의 질이 어떤지 통계치를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곤경에 처했을 때 기댈 가족, 친구가 있나요?"라는 대답에 부정적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가져와봤어요. 위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사회조사 항목과 비슷하죠? 대한민국의 수치는 19.2%. OECD 국가들 중에 두 번째로 높습니다. 가장 부정적 답변이 많은 국가는 21.7%를 기록한 그리스입니다. 참고로 2015년 보고서에선 우리나라가 27.6%로 1위였는데, 5년 사이에 순위 하나 내려갔고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 외로움은 독이 된다
관계가 사라지고 혼자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굳이 시간과 노력을 써서 친구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관계에 권태를 느끼고 인맥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없어지면 살 수 없는 존재들이 바로 우리 인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어찌 보면 오래되고 고리타분한 문장이지만, 이 말대로 인간은 사회와 관계 속에서 그 존재 가치가 발현되죠.
사회적 관계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입니다. 밥을 먹지 않고 영양이 부족할 때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는 것처럼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교류가 부족하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죠. 배고픔이 영양분을 섭취하라는 신호인 것처럼, 외로움도 사회적 관계를 가지라는 우리 몸의 신호입니다. 배고픈 신호를 무시하다간 영양 부족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외로움의 신호를 무시하면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건강은 나빠질 수 있어요. 실제로 만성적인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간이 경험하는 것 중 가장 해로운 것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죠. 만성적 외로움은 노화를 가속화시키고, 암을 더 악화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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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외로움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볼게요. 위의 그래프는 외로움이 사망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다른 조건들과 비교한 자료입니다. 담배를 하루에 15개비 미만으로 피우는 게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50% 이상입니다. 하루에 6잔 이상의 술을 섭취하는 사람과 금주하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금주가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30% 정도죠. 그렇다면 외로움은? 외로움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술과 담배와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습니다. 영국과 일본이 국가가 나서서 외로움과 고독을 해결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외로움을 해결하는 법, 사람들을 만나는 거겠죠. 하지만 인간관계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사실 다들 잘 알 겁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만나는 데에 부담도 있고요. 삶의 여유가 없어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죠. 또 주변 친구들의 SNS를 보다가 괜히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친구를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건 경쟁이나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Q. 왜 내 친구들은 나보다 친구가 많은 걸까?
혹시 우정의 역설이라고 들어봤나요? 관계망 분석이나 네트워크 이론에 등장하는 건데, 내용은 이런 겁니다. 평균적으로 독자 여러분은, 당신의 친구들보다 친구의 수가 적다는 것이죠. 왜 갑자기 공격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우정의 역설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별로 없는 사람보다 친구가 많은 사람과 친할 가능성이 클 테니까요.한 번 예를 들어볼게요. 50명의 친구가 있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A는 50명의 친구 관계망에 등장해서 그 50명의 친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A와 연결된 친구들은 "와 A는 친구가 정말 많구나"라고 생각하겠죠. 이번엔 친구가 5명 있는 B라는 사람을 생각해볼게요. B는 A랑은 다르게 단 5명의 그 친구의 네트워크에만 등장할 겁니다. A와 B 중 내 친구로 등장할 확률이 높은 사람은? 친구가 많은 A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친구들의 평균을 내보면 내 친구 수보다 높을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실제 SNS 상에서 계산해봐도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이긴 하지만 2011년 페이스북 데이터로 계산한 친구수의 평균은 200명 정도인데, 친구의 친구 평균은 630명 정도로 큰 차이가 나거든요. 이렇게 나보다 내 친구들이 더 친구가 많은 현상이 나타난 이용자가 전체의 93%입니다. 7%의 인싸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소수의 마당발을 제외하고 평균을 내보면 친구의 친구 숫자도 전체 평균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친구 규모라는 것 자체가 비교 대상이 될 필요도 없지만, 애초에 나의 관계망은 다른 친구들보다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에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인싸와 아싸 사이, 그 어딘가
인간관계에 정해진 해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무엇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각자에게 알맞은 모습이 있을 뿐이죠. 친구 관계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서로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뿐이면 되는 거니까요. 미국 예일대에서 코로나 판데믹 시기에도 유독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공통점을 분석해봤습니다. 뭐였을까요, 화려한 인맥이었을까요?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5명 이상의 매우 가까운 친구를 사귄 사람들이라는 거였습니다. 딱 5명이요.
수백 명의 SNS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여러 모임에 빠짐없이 나가는 사람이나, 어정쩡한 인간관계를 많이 맺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 등 5명 이상의 가까운 사람만 있어도 코로나 블루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양보다는 질적인 관계에 초점을 둔다면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될 뿐 아니라 실제 외로움을 극복하는데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거죠. 인싸와 아싸라는 표현이 어느 순간 등장해 우리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게 되었지만, 그 틀에 나를 가둘 필요는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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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관계와 외로움에 대해 데이터로 살펴봤는데 독자 여러분 입맛에 맞았을지 모르겠네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기사 제목과 동일합니다. 혹시 최근에 외롭다고 느낀 적 있나요? 어느 순간에 외로움을 느꼈는지,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들었는지 독자 여러분의 경험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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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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