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은 준비 과정과 의제 조율 등에서 많은 진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 회담 성사를 공개한 한국 대통령실의 발표에 대해 일본이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즉각 반박하고 기시다 총리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 첫째 증거다. 명칭도 한국이 ‘약식회담’이라고 쓴 데 반해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고 규정했다. 정식 회담이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용어 선택이다. 개최 소식도 회담 시작 후 2분이 지나서 대통령실 공지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대화 시간도 30분에 그쳤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것은 물론 난제가 더 남아 있음을 짐작케 한다.
대통령실이 “두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법치 등을 위한 국제 사회와의 연대 및 북한 핵 대응 등에서 긴밀히 협조해 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듯 양국 외교의 목표와 추구하는 가치엔 차이가 없다. 문제는 종군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근로자 배상 등에서 비롯된 마찰,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가 요시히데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뿌리치며 정상회담을 끝내 외면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윤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가 호전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이번 회담을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확신하기는 이르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 몰이로 파탄 직전까지 간 양국 관계는 두 나라 국내 정치 지형과 민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굴욕 외교’라는 비난이 나왔다지만 한일 관계를 망가뜨린 구 정권의 여당이 내린 평가치곤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종 열쇠는 상호신뢰와 이해, 인내에 있음을 양국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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