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세계통화 동시하락…일본, 24년만에 시장개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1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주식 중개인. 거듭된 고강도 긴축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했다. 갈수록 짙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이 R공포를 키우는 불씨다. 미국의 ‘인플레 수출’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도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Fed의 고강도 긴축에 미국 달러는 로켓을 달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11.72를 기록했다. 2002년 5월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거세진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주요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원화가치는 22일 외환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단숨에 달러당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세계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이날 원화값은 연초(달러당 1191.8원) 이후 18.3% 하락한 140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2일 오전 5시40분(현지시간) 유로화는 1유로당 0.98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장중 달러당 145.9엔까지 밀리며 급박하게 돌아갔다. 1999년 8월 이후 최저치로 폭락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환율 개입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개입은 1998년 6월 이래 약 24년 만이다.

주요국 통화에 비바람이 몰아친 건 Fed 발 ‘긴축쇼크’ 영향이다.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Fed가 물가를 잡을 때까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Fed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3~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기서 끝이 아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기존 3.4%에서 4.4%로 상향했다. 내년까지 금리는 4.6%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각국도 긴축으로 맞서고 있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 연속 인상으로 영국 기준금리는 2.25%가 됐다. 20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75%로 인상했다. 스웨덴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포인트(울트라스텝) 올린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한 이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두 번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이달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기준금리가 석 달 사이 1.25%포인트 뛰었다.

문제는 세계적인 ‘금리인상 쓰나미’가 경기 침체란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다. 금리가 뛰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면서 실물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04%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가 4% 선을 넘어선 것은 2007년 10월 이후 15년 만이다. 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월가의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21일(현지시간) CNBC에서 “강도 높은 긴축이 지속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WB)도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고강도 긴축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도 이런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다른 나라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