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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구하기가 하늘의 별...배춧값 폭등에 '포장 김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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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부지방 폭우로 배추 한 통 1만원 육박
밥값보다 비싼 배춧값에...포장 김치에 수요 몰려
품절 대란에...홈쇼핑 인기 검색어 1위는 '김치'
한국일보

배춧값이 급등하며 포장 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배추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일부 대형마트에서도 포장 김치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포장 김치 판매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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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네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지난 1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A호텔 포장 김치 후기다. 2015년 출시된 이 브랜드의 포장 김치는 먹방 유튜버들의 '반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 3년 전부터 대형 온라인쇼핑몰에도 입점했다. 다소 고가에도 미식가들 사이에 인기 있던 이 김치에 ‘슬프다’는 후기가 달린 건 김치 재료값이 폭등하며 그렇지 않아도 비싼 이 김치가 더 비싸졌기 때문. 그나마 3만 원대 3㎏ 포기김치는 품절돼 추선 연휴 전부터 구하기 어렵고, 현재는 500g에 1만6,900원인 겉절이만 판매되고 있다. 종가집, 비비고 등 대형 식품회사 포장 김치가 시중 웬만한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몽땅 품절돼 비싼 브랜드 김치를 사먹어야 한다는 이용객들의 불만도 나온다.

8월 중부지방 폭우가 몰고 온 나비효과

한국일보

중부지방에 200㎜가 넘는 집중 폭우가 쏟아진 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천이 범람해 둔치에 주차된 차량을 강제 견인하고 있다. 원주천 둔치 범람은 2013년 7월 이후 9년여 만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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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이 폭등하면서 '김치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포장 김치를 만드는 업체들은 재료값 폭등에 올해에만 두 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이처럼 없어서 못 구하는 지경이다.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십수일째 '품절' 안내만 뜨고, 그나마 물량이 들어온다는 대형마트조차 1인당 포장 김치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이 등장했다. 중부지방을 휩쓴 8월 폭우로 고랭지 배추와 여름 무 작황이 유독 부진했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료값 폭등이 김치 대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배추 평균 도매가는 10㎏에 3만5,740원. 1년 전(1만4,900원)보다 139.9% 뛰었다. 한 달 전(1만6,904원)과 비교하면 111.4%, 당장 전날(3만2,940원)보다도 8.5% 올랐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9,429원에 달한다. 무 가격도 치솟았다. 무 평균 도매가는 20㎏에 2만9,180원으로 1년 전(1만2,365원)보다 113.6% 상승했다. 무 1개 소매가는 3,807원이다. 고추와 마늘, 양파, 파 가격도 1년 전보다 20~30%씩 모두 올랐다.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게 경제적인 상황이 되자 수요가 폭발했다. 국내 포장 김치 업계 1위인 대상의 '정원e샵'에서는 종가집 김치 상당수 품목이 일시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 'CJ더마켓'에서도 포기김치 제품 일부를 판매 중단했다.

재료값 폭등에 기업들도 포장 김치 가격을 속속 '더' 인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부터 비비고 김치의 값을 평균 11% 올렸고,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농협중앙회도 한국농협김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포장 김치 업계는 지난 2~3월에 평균 5~7% 가격을 올렸었다.

김치 가격 추가 인상 예고에 수요 더 몰려

한국일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폭염과 폭우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 9월에도 태풍 피해 등으로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사진은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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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포장 김치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는 하루 납품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일부 브랜드의 경우 오전 중에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있다. 인근 다른 대형마트도 추석 이후 포장 김치 납품 물량이 최대 3분의 1로 줄었다. 온라인쇼핑몰 마켓컬리에서도 자사PB브랜드인 컬리 김치를 비롯해 포기김치 대부분이 품절 상태다. 품절 제품에 '작황 저조로 한시적 입고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내하거나 일주일에 하루만 입고한다는 안내가 붙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7월부터 폭염, 폭우 등으로 (김치 공장들의) 배추, 무 재고가 부족했다"며 "기온이 떨어진 이후 재고를 확보해야 했으나 추석이 빨랐고, 지속된 강우와 연이은 태풍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량 포장김치를 판매한 TV홈쇼핑 채널에서 김치 판매 방송 편성이 줄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김치 방송은 8월 이후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원래 4대 홈쇼핑 채널은 의류 방송이 많지만, 방송 전 많은 물량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다 보니 당분간 김치 판매 방송은 구체적인 편성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T커머스 채널의 김치 주문량이 전년 대비 17% 늘었다"면서도 "확정된 추가 방송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치 방송이 되면 족족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공영홈쇼핑에서 방송된 한 포장 김치는 포기김치와 나박김치 세트 모두 매진됐고, 21일과 22일 방송예정인 포장 김치는 예약 판매를 막아둔 상태다. 식료품 방송이 많은 공영홈쇼핑, NS홈쇼핑 홈페이지에서는 '김치'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다만 이번 '김치 대란'이 11월 김장철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농업관측 월보 엽근채소' 9월호에 따르면, 준고랭지 배추, 무 재배 면적이 예년보다 늘어 이달 이후 순별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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