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낙농가-유업체 원유가격 협상 시작
생산비 52원 올라, 우유 300~500원 인상 전망
정부 "식품 원료 흰우유 가격 인상 자제 요청"
유업계 "생산원가 절감에도 한계…부담 불가피"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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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김범준 기자]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낙농제도 개편 논의로 미뤄졌던 원유가격 협상이 시작되면서 우유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내 원유가격 협상 소위원회는 20일 올해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앞서 지난 16일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차등가격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원유가격 협상이 시작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해 원유가격은 기존의 생산비연동제 방식에 따라 낙농가와 유업체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생산비연동제 방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최근 1~2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정해진다. 재작년과 작년 원유 생산비가 1ℓ당 52원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은 1ℓ당 47∼58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는 원유 생산비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이렇게 되면 마시는 우유 가격은 1ℓ당 300~500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1ℓ당 21원이 올랐을 당시 우유 가격은 150원~200원 가량 올랐다. 과거 원유 가격 인상 폭에 따른 우유 가격 인상 폭에 비추어 보면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1ℓ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우유 흰우유 1ℓ 와 남앙유업의 맛있는우유 1ℓ 평균 가격은 각각 2758원, 2695원 수준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우유 가격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으로 가격 인상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유류비, 인건비, 포장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며 “원유 가격 인상 폭의 10배 수준의 우유 가격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치즈와 버터 등 유가공 제품과 원유를 활용하는 빵, 아이스크림 등 완제품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5.7%)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유업체에 가격 인상 시 파급 효과가 큰 흰 우유의 가격 상승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협의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박범수 차관보는 “식품의 원료로 쓰이는 흰우유의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상대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가공유 부분을 인상할 수 있도록 유업체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정책 1순위로 꼽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식품업계를 콕 집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달라”고 했다.
다만, 유업계는 생산비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당혹스럽단 분위기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다방면에서 생산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원윳값이 올라도 우유 제품 가격 올리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에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유업체에서는 기존부터 흰우유 제품이 높은 생산 원가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품목인데, 이번에 원윳값은 크게 오르지만 제품 판매가 조정이 되지 않는다면 많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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