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오른쪽) 헝가리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수도 부다페스트 총리 관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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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반EU·친러’ 헝가리에 인내심 고갈
18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헝가리가 반부패 조처를 하지 않으면 75억 유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요하네스 한 EU 예산·행정 담당 집행위원은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정부가 부패와 법치 부분에서 위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이 결정은 EU 예산을 보호하고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2010년 집권한 뒤 사법·언론·교육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EU의 민주주의 가치에 반기를 들어왔다. 부패 철폐 노력도 지지부진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는 계속 떨어져 헝가리는 EU에서 불가리아 다음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전방위적인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면서 EU 내 문제아로 떠올랐다. 디디에 렝데르 법무 담당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TV 채널 LCI에 "EU는 145억 유로(약 20조1000억원) 상당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지만, 이중 헝가리 기여분은 3000유로(약 416만원)를 조금 넘는 데 그친다"면서 "우리는 헝가리에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EU가 전례 없는 형벌을 헝가리에 내렸다"면서 "오르반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밀착해 러시아에 대한 EU의 제재를 계속 방해하면서 헝가리에 대한 EU의 인내심이 결국 고갈됐다"고 평가했다. 폴란드 싱크탱크 공공문제연구소의 야체크 쿠차르치크 소장은 "‘친푸틴’ 입장인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EU의 대응 능력에 대한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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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조치 안 하면 10조원 끊겨
헝가리는 집행위의 선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헝가리는 이날 집행위에서 요구한 반부패에 관련한 17가지 조건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회는 조만간 새로운 부패 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이 법안에는 입법 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조치와 EU 자금 사용을 감시하기 위한 독립적인 반부패 감시기구의 설립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는 늦어도 11월 19일까지 EU의 우려를 해소할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조치가 미흡할 경우 75억 유로 지원금을 중단하는 집행위 제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EU 이사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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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총리 "EU의 대러 제재 막겠다"
오르반 총리의 ‘친러·반EU’ 행보는 최근 돌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자유유럽방송(RFE)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지난 10일 집권당원들과 비공개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수 있고, 영토의 3분의 1에서 절반까지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U의 대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며 "EU가 대러시아 제재를 연장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 오르반 총리는 "2030년까지 유로존과 EU가 붕괴할 수 있다"면서 "그때쯤이면 비셰그라드 그룹(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이 EU를 넘어서는 강력한 그룹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91년에 창설된 비셰그라드 그룹은 동유럽 국가가 독일·프랑스가 주도하는 EU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서유럽과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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