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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당역 사건 가해자, 법 허점 이용한 ‘합의 종용 스토킹’···“증거 달라” 문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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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 스토킹처벌법 악용해 합의 시도 잦아

재판에 넘겨진 스토킹 사건 3건 중 1건 공소기각

전문가들 “법률 개정해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해야”

경향신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모씨가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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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처벌을 면하는 ‘반의사불벌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사건 가해자인 전모씨(31)는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스토킹 범죄 사건에서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져도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A씨(28)를 2019년 11월부터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전씨는 A씨에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등으로 ‘만나달라’는 연락을 350여차례 했다. 이 같은 스토킹 행각은 2021년 10월까지 2년 가까이 계속됐다.

A씨가 경찰에 전씨를 신고하면서 스토킹이 멈추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잠시였다. 전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합의를 종용하며 또 다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연락을 시도했다. 전씨가 이 기간 보낸 20여개의 메시지에는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알 수 없다’ ‘증거가 있다면 줄 수 있나’ ‘할 말이 없느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할 때부터 다수의 전문가들은 반의사불벌 조항을 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21일 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13건에 이르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 선고가 내려진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합의를 내세워 피해자에게 접근할 빌미가 생기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가해자가 합의를 요구하며 또 다른 접촉을 시도하고, 피해자가 무서우니 합의해주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은 기소 이후 3건 중 1건꼴로 공소가 기각됐다. 한 교수는 “1심 판결문 161건 중 공소 기각이 선고된 게 36%로 58건에 이른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유죄로 판단해 재판으로 넘긴 사건들 중 상당수가 무죄의 상태로 돌아가는 셈이다.

모든 범죄의 평균 공소 기각률이 1%이고, 형법에 의한 범죄 역시 기각률은 1.5% 수준이다. 스토킹처벌법의 공소 기각률이 36%라는 것은 특별법을 포함해 모든 법률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교수는 “피해자에게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해달라는 가해자 비율이 너무 높아진 탓”이라고 말했다.

공소기각 사례가 축적되면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는 일선 경찰관들에게도 부정적인 학습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스토킹 범죄 발생 시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취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는 1건당 평균 100페이지가 넘는다”며 “행정력이 지속적으로 소요되는데 3건 중 1건꼴로 공소 기각이 된다면 일선에서는 ‘불원의사 표시 하나로 원점이 된다’는 생각에 사건 처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나 사법부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무조건 수용하는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가해자를 자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법원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예전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추세가 관찰된다. 한 교수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더라도 공소를 기각하지 않은 1심 선고가 5건가량 있다”며 “피해자 의사의 진정성을 검토하려는 경향이 사법부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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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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